두산 랜들 '고맙다 장맛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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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두산이 5회 강우콜드게임승을 거둔 뒤 임재철이 슬라이딩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승패를 가르지도 못했고, 경기는 비 때문에 5회까지만 진행됐다. 그러나 프로에 갓 데뷔한 작은 선수가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경기였다.

6일 대전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는 5회 말이 끝난 뒤 0-0 상황에서 중단됐다. 공식 기록은 무승부로 남았다. 한화의 선발 투수는 다승 공동 선두(10승) 문동환이었고, LG는 고졸(천안북일고) 신인 김회권이었다. 언더핸드 김회권은 5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으며 1안타만 허용했다. 내용 면에서 문동환(1탈삼진.1피안타)을 압도했다. '무명' 김회권은 7월 1일 SK전 선발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신출내기다. 그날 4이닝 동안 2실점하며 패전을 기록했다. 최상덕 등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갑작스레 1군에 올라왔지만 데뷔 2경기 만에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류현진(한화), 한기주(KIA), 나승현(롯데) 등 굵직굵직한 고졸 신인이 유난히 많은 한 해다. 수억원대의 계약금을 받은 이들과는 달리 '4000만원짜리' 김회권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허리가 안 좋아 1년을 유급한 김회권은 이들보다 나이도 많다. 2~3년은 다듬어야 제구실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군에서 김회권은 팀의 에이스였다. 130㎞대 초반의 공은 힘이 없어 보였지만, 타자 안쪽을 파고드는 싱커와 체인지업은 서슬이 퍼렜다.

같은 날 10억원짜리 고졸 신인 KIA 한기주는 패전 투수가 됐다. 잠실 경기에서 두산은 랜들의 무실점 활약으로 KIA에 5-0, 5회 강우 콜드게임승을 거두며 3위 한화와 승차 없는 4위를 유지했다. 최근 5경기 연승을 기록한 랜들은 9승째를 기록했고, 비로 인해 행운의 완봉승까지 챙겼다. 국내 무대 2년 차 랜들의 첫 완봉승이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2회 말 선발 타자 전원 득점을 올리는 등 15안타를 기록하며 SK를 17-1로 대파했다. 한 이닝 선발 전원 득점은 통산 7번째 기록이다. 현대와 롯데의 수원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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