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일 군 수뇌부의 릴레이 회동…북한 미사일 정국에서 드러난 밀월 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과 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군사 분야에서 미·일 공조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양군 군 수뇌부가 연쇄 회담을 갖는가 하면 일본 열도 인근에서 미군이 전력자산을 전개하거나 미·일 합동 훈련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15일 미국과 일본 군 당국에 따르면 양국 사령관급 인사들이 최근 1주일 사이 서로의 기지를 오가며 연이어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브 라이언스 미 수송사령부 사령관과 유아사 고로(湯淺悟郞) 일본 육상막료장(육군참모총장 격)이 바톤을 이어받듯 각각 일본과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라이언스 사령관은 지난주 일본 요코타 기지에서 케빈 슈나이더 주일미군 사령관과, 유아사 막료장은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하와이의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에서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 사령관 등과 회담을 진행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 사령관 역시 14일 주일미군 기지를 방문했다. 주일미군과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면서 “지역 안정과 양국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스티브 라이언스 미 수송사령부 사령관(오른쪽 앞)이 지난주 일 요코타 기지에서 케빈 슈나이더 주일미군 사령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주일미군 트위터]

스티브 라이언스 미 수송사령부 사령관(오른쪽 앞)이 지난주 일 요코타 기지에서 케빈 슈나이더 주일미군 사령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주일미군 트위터]

양국 수뇌부가 동맹국의 기지를 찾는 것 자체는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특정 국가 사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회동을 갖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군 안팎의 분석이다.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직후 양국 간 긴밀한 정보 공유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라이언스 사령관의 일본행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미 육·해·공군의 전세계 수송 작전을 통합·총괄하는 대장급 인사가 대장급 지휘관이 있는 주한미군 사령부 대신 중장급 지휘관이 머무는 주일미군 사령부를 찾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부장(예비역 해군 소장)은 “일본 기지는 유엔군의 병력과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후방 병참기지의 역할을 맡는다”며 “수송사련관이 이곳을 찾았다는 건 유사시를 대비해 전략 물자 지원 계획을 직접 확인해보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유아사 막료장도 데이비슨 사령관 외에 인도태평양 육군 부사령관·해병대 사령관을 연달아 만나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미·일 군사훈련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지난 8일 진행한 주일미군의 공중급유 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주일미군의 제35전투비행단 소속 전투기인 F-16CM이 KC-135 스트라토탱커 공중급유기의 도움으로 작전 범위를 늘리는 훈련이었다. 군 관계자는 “작전 반경이 약 800㎞에 불과한 F-16 계열 전투기로는 유사시 북한을 오가는 작전이 어렵다”며 “이번 공중급유 훈련은 일본 기지에서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를 통해 북한 전역을 범위로 한 작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밖에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이 최근 모항인 요코스카(橫須賀)에서 출항했고, 탄약선인 워싱턴 체임버스호가 요코하마 인근을 오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8일 일본 상공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미 공군 F-16CM이 KC-135 스트라토탱커로부터 공중급유를 받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지난 8일 일본 상공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미 공군 F-16CM이 KC-135 스트라토탱커로부터 공중급유를 받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전직 군 장성은 “양국이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탐색 과정에서 찰떡 공조를 과시하더니 북 미사일 발사 정국에선 밀월 관계로 발전하는 듯 보인다”며 “한국 정부가 미·일의 정보 공유에 ‘패싱’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회의(DTT) 시작 전 미 대사관에서 양자 단독회담을 벌여 한국 소외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