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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버스요금 인상에···"이재명 1년간 뭐했나""올릴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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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버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설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글. [사진 웹사이트 캡처]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설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글. [사진 웹사이트 캡처]

경기도 버스 파업이 유보되면서 15일 출근길 대란은 피했지만 전날 발표된 버스요금 인상에 도민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주 52시간제 정책이나 버스 안전 운행 등이 중요한 문제인데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현재 상태로 가면 대규모 감차 등으로 인해 큰 교통 불편과 여러 사회적 문제가 예상돼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면서 버스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요금 인상 문의 빗발 

이에 따라 이르면 올 9월쯤 경기도 일반 시내버스는 1250원에서 1450원으로, 광역버스는 2400원에서 280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인상이 발표된 뒤 관련 부서에는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전화를 끊으면 또 오고, 끊으면 또 온다”며 “일부 수용한다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왜 요금을 인상해야 하는지 물어본다”고 말했다.

수원에 사는 30대 초반 심모씨는 “매일 버스를 타고 편의점에 출근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며 “100·200원이지만 쌓이면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솔직히 요금 인상밖에 방법이 없었나 싶다”고 말했다.
광역버스를 타고 화성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회사원 김모(44)씨는 “버스 사용자로서 합리적 수준에서 요금 인상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서비스 질이 갈수록 낮아지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의실에서 버스 파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의실에서 버스 파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책 홍보 비용 내역 공개하라' 청원도 

관련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기도지사는 청년배당과 지역화폐, 홍보비에 지출한 세금 내역과 버스 요금 인상 이유에 대해 공개하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인천과 대구는 합의점을 도출한 반면 경기도는 버스 요금을 인상했다. 충분한 세금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왜 버스요금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 의문스럽다”며 “이재명 도지사가 노동자인 버스 기사의 이익을 챙기는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를 펴겠다고 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무 대책이 없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요금 인상이 발표된 14일에는 ‘대학생까지 학생 교통비 할인 범위를 넓혀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높은 액수의 학비를 부담하는 많은 학생의 속이 교통비 인상으로 점점 타들어 간다”며 교통비 감면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버스요금 인상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한 경기도 지역 커뮤니티에 요금 인상 글이 게재되자 “주 52시간 근무제로 재정 낭비와 시민들의 호주머니가 털린다” “정부는 노조가 집단으로 행동하면 국민에게 부담을 너무 쉽게 전가한다. 조만간 지하철 노조도 움직일 것” “가난하고 죄 없는 국민의 몫이네” 등의 부정적 댓글이 달렸다.

경기 지역 버스 파업 찬반 투표가 시작된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버스업체 차고지에 버스들이 정차돼 있다. [뉴스1]

경기 지역 버스 파업 찬반 투표가 시작된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버스업체 차고지에 버스들이 정차돼 있다. [뉴스1]

"어떤 정부 때도 다 올라"

“몇 년간 안 올랐으니 필요하면 올려야 한다. 환승 할인도 많이 되니” 같은 인상을 수용하는 댓글도 있었다. 또 다른 커뮤니티들에는 “경기도지사가 죄송할 건 없는데” “임금이 전체적으로 오르면 어느 정도 물가상승은 필연이죠” “경제대국인데 대중교통비가 많이 싼 나라다. 안 올랐음 좋겠지만 어떤 정부 때도 다 올랐다” 등의 찬성 댓글이 달렸다.

경기도는 지난해 기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신규 인력 충원에 필요한 인건비가 연간 평균 1945억원 정도라고 분석했다. 도내 버스의 요금을 200원 일괄 인상하면 연간 2072억원 수입이 발생한다. 이번에 요금 인상을 결정한 일반 시내버스와 광역버스는 도내 전체 버스의 96%를 차지한다. 최소 2000억여원의 수입을 확보한 셈이다.

64업체 중 15개 업체만 준공영제  

준공영제 비율이 낮은 것 역시 요금 인상의 원인 중 하나다. 도내 버스업체 64개 가운데 준공영제를 적용받는 곳은 15개다. 나머지는 민영제로 운영한다.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준공영제 비율이 낮아 버스업체 재정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상에 따른 교통비 부담을 덜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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