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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배출량 조작, 측정대행업체 관리 소홀도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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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LG화학 여수공장의 모습. [ 연합뉴스]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LG화학 여수공장의 모습. [ 연합뉴스]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대기업 사업장이 6곳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도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대기업이 속속 혐의를 받게 됨에 따라 이 사건이 ‘미세먼지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정부의 허술한 배출량 관리 체계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등록필증 내준 뒤 거의 방치 #시료 채취·분석 조작 눈감은 셈 #삼성전자 사업장도 위반 드러나

①검찰 수사받게 될 기업은 어디?

총 6곳이다. 13일 정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3일 삼성전자와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을 포함한 10여개 기업의 사업장을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량 조작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지난달 17일 환경부가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힌 이후 보름여 만이다. 삼성전자가 포함된 것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이들 기업이 각 사업장에서 배출량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로 알려진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②기업들 의혹 인정하나?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한 기업은 한 곳뿐이다. 나머지 기업은 원론적인 답변을 하거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실무자 세 명이 검찰에 송치됐다”며 “내부적으로도 자체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와 한화케미칼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량 조작을 (측정 대행업체에)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환경부에서 조사가 들어온 이후에야 데이터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한화케미칼도 “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사업장 관계자가 측정 대행업체에 측정치 조작을 지시하거나 부탁한 정황이 나와 혐의를 인정하고 공장 문을 닫았다.

③일부 기업 의혹 부인하는 이유는?

환경부 수사 결과에 기업이 반박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미세먼지 물질 배출량 분석과 채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필요가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주기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측정 대행업체에 의뢰해 측정해야 한다. 측정을 대행하는 업체는 사업장을 방문해 굴뚝 등에서 시료를 채취한 후 실험실에서 분석 결과를 뽑아 기업에 통보한다. 기업은 측정 대행업체가 건넨 결과를 받아 직접 국립환경과학원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SEMS)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SEMS에 기업이 직접 측정 결과를 입력하는 방식은 2013년 처음 도입됐다. 한화케미칼과 삼성전자 측은 대행업체가 건넨 결과를 그대로 입력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④측정치 조작, 정부 감시 가능한가?

정부의 허술한 미세먼지 배출량 관리망이 사태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측정 대행업체가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감시가 불가능한 구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측정 대행업체가 채취한 시료를 분실해 배출량 숫자를 임의로 기록한 일도 심심찮게 벌어졌을 정도”라며 “정해진 굴뚝이 아닌 다른 굴뚝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작 의혹을 받는 측정 대행업체 4곳은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에서 필증을 받고 전남도청에 측정대행업으로 등록한 업체다. 측정 대행업체는 환경부 필증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에 측정대행업을 등록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사후 관리가 사실상 전무했다. 1년에 한 차례 도청에서 시료 채취 등 측정 숙련도 검사를 받는 게 전부였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신뢰하기 어려운 시스템이 그동안 방치됐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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