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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9일 쏜 미사일은 전략군 소속”…화성-12형과 같은 ‘ㅈ’ 표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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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일 단거리 미사일의 보도사진을 밝게 처리한 결과 'ㅈ107120893’라는 일련번호가 보인다. 파란색 원은 한글 'ㅈ'. [자료 앤킷 판다 트위터]

9일 단거리 미사일의 보도사진을 밝게 처리한 결과 'ㅈ107120893’라는 일련번호가 보인다. 파란색 원은 한글 'ㅈ'. [자료 앤킷 판다 트위터]

북한이 5월 9일 평북 구성에서 발사한 미사일. 이 사진을 밝게 처리하면 위 사진의 일련번호가 나타난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5월 9일 평북 구성에서 발사한 미사일. 이 사진을 밝게 처리하면 위 사진의 일련번호가 나타난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지난 9일 북한이 평북 구성에서 동해 쪽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전략군 소속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략군은 북한군에서 각종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군이다.

전문가 “탄도미사일 부대 약자” #‘단거리 미사일’ 정부 입장과 달라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의 선임 에디터인 앤킷 판다는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 1장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이 공개한 미사일의 사진을 밝게 처리한 결과 표면에 일련번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판다에 따르면 미사일엔 ‘ㅈ107120893’이라고 쓰여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일련번호는 이 미사일이 테스트에 성공해 실전배치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지난 9일 쏜 미사일이 ‘탄도 미사일’인지에 대해 여전히 분석 중이라는 입장인데, 해외 전문가는 그 단계를 뛰어넘어 미사일 일련번호까지 일반에 공개했다.

2017년 4월 15일 선보인 북극성-1형. 탄두에 'ㅈ'로 시작하는 일련번호가 보인다. [사진 NK Pro]

2017년 4월 15일 선보인 북극성-1형. 탄두에 'ㅈ'로 시작하는 일련번호가 보인다. [사진 NK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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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전직 정보 당국자는 “한ㆍ미 정보당국에선 ‘ㅈ’은 북한의 전략군, 또는 전략로켓을 뜻하는 약자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를 입증할 북한 내부 정보는 아직 입수하진 못했다”면서도 “‘ㅈ’ 표기가 전략군과 비슷한 시기에 나와 이렇게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략군은 2012년 처음 외부로 알려졌다. 그해 3월 3일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로켓사령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영용한(영웅스럽고 용감한) 육ㆍ해ㆍ공군 및 로켓 전략군”이라고 말했다.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 나타난 KN-08. [사진 노동신문]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 나타난 KN-08. [사진 노동신문]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 나타난 화성-10형. [사진 노동신문]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 나타난 화성-10형. [사진 노동신문]

당시 열병식에서 북한이 선보인 KN-08(화성 13형의 초기 모델)과 화성-10형(무수단)엔 ‘ㅈ’으로 시작하는 일련번호가 보였다. 이전에는 잘 안 쓰던 표기였다. 전략로켓군은 2014년 6월 명칭이 전략군으로 바뀌었다. 이후 전략군이 공개한 탄도미사일엔 'ㅈ' 표기가 붙어 있는 게 목격됐다.

2017년 4월 15일 열병식에서도 전략군 소속 화성-12형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형에 ‘ㅈ’ 표기가 또 등장했다. 그해 5월 14일 북한이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처음 성공했을 때도 탄두의 일련번호는 ‘ㅈ12121704’였고, 추진체는 ‘ㅈ11831851’이었다. 당시 최종 검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탄두 또는 추진체를 교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7년 5월 14일 발사한 화성-12형 미사일의 추진체엔 ‘ㅈ11831851’라는 일련번호(노란색 원)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2017년 5월 14일 발사한 화성-12형 미사일의 추진체엔 ‘ㅈ11831851’라는 일련번호(노란색 원)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14일 발사에 앞서 화성-12형을 살펴보고 있다. 탄두엔 ‘ㅈ12121704’라는 일련번호가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14일 발사에 앞서 화성-12형을 살펴보고 있다. 탄두엔 ‘ㅈ12121704’라는 일련번호가 있다. [조선중앙통신]

9일 미사일이 날아간 거리로 보면 전략군 소속이 타당하다는 설명도 있다. 권 교수는 ”이 미사일이 최대 500㎞ 날아갈 수 있다”며 “평양 이남에서 쏘면 제주도를 제외한 한국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북한 전략군은 사거리 300㎞(스커드-B)와 500㎞(스커드-C)도 보유하고 있다. 길이가 짧은 한반도에선 500㎞도 한국의 후방 깊숙한 곳을 전략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4일 북한이 원산 호도반도에서 쏜 발사체에 대해 “전략군 사령관(김락겸 대장)이 참관하지 않았다”며 “단거리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략군사령관이 없으니 미사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이 공개한 발사 사진들에 따르면 4일 ‘발사체’와 9일 ‘단거리 미사일’은 겉모습이 빼닮았다. 4일과 9일은 사실상 같은 단거리 미사일이었는데 군이 전략군사령관이 자리에 없었다는 대목에 의미를 둬서 4일 발사체를 미사일로 보기 어렵다고 오판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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