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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 학대 도축 논란’, 제주 말 도축장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의 우마용 도축시설. 중앙에 도축용 충격기가 설치돼 있고 오른쪽에 도축된 동물의 주검을 다른 동물이 보지 못하게 철제 가림막이 내려져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의 우마용 도축시설. 중앙에 도축용 충격기가 설치돼 있고 오른쪽에 도축된 동물의 주검을 다른 동물이 보지 못하게 철제 가림막이 내려져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오후 5시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의 우마(牛馬)용 도축장. 몇 시간 전까지 말 7마리가 도축됐다고 축산물공판장측은 전했다. 다음날 오전 도축될 소 몇 마리만 남아있었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말 4~5마리가 도축된다고 한다. 말의 살코기와 내장 등은 제주도 지역 식당 등으로 유통되고 뼈는 제골원(건강원), 기름은 화장품 공장 등으로 보낸다.

제주서 하루평균 4~5마리의 말 식용으로 도축돼 #미국 국제동물보호 단체 페타, 4분 분량 영상 공개 #다른 동물 주검 못보게 한 가림막 안쓴 장면 노출 #검찰 고발장 접수로 제주경찰 관련 수사 본격화

지난 7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의 우마 도축장에는 다음날 도축을 기다리는 소가 머물고 있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의 우마 도축장에는 다음날 도축을 기다리는 소가 머물고 있었다. 최충일 기자

최근 미국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이곳의 퇴역마 도축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페타는 약 4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하며 "10개월간 잠복해 촬영, 도축장에서 22마리의 전직 경주마를 확인했다. 유명하고 혈통 좋은 경주마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페타가 제공한 말 학대 동영상속에서 한 인부가 말을 때리고 있다. [페타 유튜브 캡쳐]

페타가 제공한 말 학대 동영상속에서 한 인부가 말을 때리고 있다. [페타 유튜브 캡쳐]

이 영상에는 좁은 도축장 안에서 다른 말이 충격기를 맞고 기절해 한쪽 다리만 묶인 채로 들어 올려지는 과정을 다른 말이 지켜보면서 겁에 질린 듯 뒷걸음질 하는 모습이 찍혔다. 영상에는 도축된 다른 말을 볼 수 없게 설치된 철제 칸막이가 쳐져 있지 않은 장면이 나왔다. 동물보호법은 공개된 장소 또는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도살과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페타가 제공한 말 학대 동영상의 캡쳐 사진. 도축되는 동물이 다른 동물의 주검을 못보게 솔치된 가림막(말 오른쪽 부분)이 사용되지 않았다. [페타 유튜브 캡쳐]

페타가 제공한 말 학대 동영상의 캡쳐 사진. 도축되는 동물이 다른 동물의 주검을 못보게 솔치된 가림막(말 오른쪽 부분)이 사용되지 않았다. [페타 유튜브 캡쳐]

7일 오후 찾은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의 우마 도축장 내부에 뒤늦게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최충일 기자

7일 오후 찾은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의 우마 도축장 내부에 뒤늦게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최충일 기자

또 말을 차에서 강제로 하차시키기 위해 머리 부분을 쇠봉과 막대기 등으로 때리는 장면도 가감 없이 노출됐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인 이날 도축장에는 뒤늦게 가림막이 정상적으로 내려와 있었다. 제주축협 관계자는 “시설은 완벽하게 갖췄는데 가림막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 다른 말의 주검을 보게 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타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이와 관련해 도축장을 운영하는 제주축협과 말을 때린 인부 등을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들은 영상을 통해 말을 이용해 많은 돈을 버는 한국마사회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들은 “매년 1600마리가 넘는 말이 은퇴하고, 그중 50마리 정도만 재활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말은 제주도의 도축장에서 도살된다”고 주장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고발 내용을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은퇴 경주마가 그리 많이 도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연간 경주 퇴역마는 페타가 밝힌 것보다 200마리쯤 적은 1400여 마리라며 이 중 700여 마리는 승용마로 전환되며, 약 150마리는 번식마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또 폐사·안락사한 게 150여 마리이며, 400마리 정도는 용처가 불분명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 400마리의 일부가 도축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일 오후 찾은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 검역시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오후 찾은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 검역시설. 최충일 기자

마사회는 말의 용처를 분명히 하기 위해 말 이력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마를 포함한 모든 말의 생애 전 과정을 추적해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마사회는 또 퇴역 경주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승마·재활승마·힐링승마 등 승마사업을 확대하고 퇴역마가 개인 마주의 소유물인 만큼 마주와 협의해 퇴역 후 활용방안 마련을 위한 기금 조성 등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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