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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다] 3초 후면 연기 가득···불나면 위험한 영화관 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건물의 ‘클래스’를 부동산 가격이 정한다? 불이 났을 때 인명피해 가능성으로 매긴 등급도 있다. 이른바 ‘화재 안전등급’이다.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서울시 다중이용 업소 화재안전등급을 분석해 보니 서울 산후조리원의 세 곳 중 한 곳, 영화관의 네 곳 중 한 곳은 화재 발생 시 사상자가 클 가능성이 있었다.

·2주에 1000만원 이상 드는 고급 산후조리원, 화재안전등급은?

·주말이면 수백 명이 찾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직접 탈출을 시도해봤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을까. 서울소방재난본부의 ‘서울시 다중이용업소 위험등급 현황’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겠다. 중앙일보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다.

위험등급은 A(안전)·B(양호)·C(보통)·D(주의)·E(취약) 등 5개로 나뉘는데, 기준은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가 얼마나 나느냐다. 등급이 낮을수록 ‘불이 잘 나는 곳’이 아니라 ‘한 번 불이 나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이란 뜻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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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을 좌우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영업장 층수와 면적, 구획 수 등 기본 구조는 물론이고, 화기를 취급하는지 혹은 주류나 숙식을 제공하는지도 따진다. 이용객의 특성, 소방서와의 거리, 비상구의 수도 고려한다. 소방대원들은 이 등급과 건물의 기본 정보를 참고해 진압·구조 작전을 세운다.

2017년 기준 서울의 다중이용 업소 총 3만 9384곳 중 ‘위험등급’으로 분류되는 D·E등급은 7.7%(3028곳)다. A등급이 7.1%(2792곳), B등급이 32.4%(1만2751곳), C등급이 52.8%(2만813곳)다. 찜질방·산후조리원·영화관 등이 취약 등급 비율이 높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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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등급 업소 비율이 가장 높은 구는 서초구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돼 있지만, 주로 심야에 주류를 판매하는 바(bar)가 교대역 사거리 주변에 빼곡하게 모여 있기 때문이다. 서울 전 지역을 놓고 D·E등급 업소 밀집도를 살펴보니 강남역·역삼역 근처 유흥주점 밀집 지역, 신림역 주변 고시촌 등이 대표적인 곳으로 파악됐다. <아래 그래픽 참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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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보는 일반 시민에겐 공개되지 않는다. “영업주 개인의 권리에 대한 규제가 될 수 있어 관련법이 엄격하다”(윤태균 소방청 화재예방과 제도2계장)는 이유다. 현재로선 자신이 드나드는 곳이 얼마나 화재 안전에 취약한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건물주·영업주의 권리보다는 국민의 안전선택권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행정안전부가 2020년까지 소방·전기·가스 관련 안전정보를 ‘국가안전정보 통합 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오준혁 행안부 재난안전점검과장은 “안전정보가 공개되면 시설 관리 주체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안전 서비스 제고 노력을 자율적으로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보 공개만으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화재 안전등급이 A등급이지만, 정작 종업원·시설관리자는 이용객 대피요령이나 소방설비 이용 방법 등을 모른다면 그 시설은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이용객 스스로가 적어도 피난대피로 두 곳 이상은 파악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이건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은 최후의 보루다. 각 업종을 관할하는 관계부처가 애초에 안전을 염두에 두고 함께 제도 정비 등 대책을 마련해야 소방법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종합행정이 가능하다.”(장인수 소방동우회 수석부회장)

유지혜·하준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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