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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에서 ‘로열파더’된 해리 왕자…육아휴직은 얼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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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영국 해리 왕자 부부가 6일 출산한 아들을 처음 대중에 공개했다. 해리 왕자 품에 안긴 아기는 왕위 서열 7위로 이름은 아치 해리슨-마운트배튼 윈저다.[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영국 해리 왕자 부부가 6일 출산한 아들을 처음 대중에 공개했다. 해리 왕자 품에 안긴 아기는 왕위 서열 7위로 이름은 아치 해리슨-마운트배튼 윈저다.[AP=연합뉴스]

한때 대마초를 피우고 누드파티를 해 영국 왕실의 ‘사고뭉치’로 여겨졌던 해리 윈저(35)가 어느덧 ‘로열 파더’가 됐습니다. 아내 메건 마클(38) 왕자비가 지난 6일(현지시간) 3.26㎏의 ‘로열 베이비’ 아치 해리슨-마운트배튼 윈저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로열베이비 이름은 아치 해리슨-마운트배튼 #출산 직후 해리 왕자 혼자 기자들 앞에 등장 #“‘로열 파더’의 육아휴직은 꽤 흔해” #해리 왕자 형 윌리엄도 2~3주 육아휴직

로열 베이비의 모습과 이름은 그가 태어난 지 이틀만인 8일 대중에 처음 공개됐는데요. 로열 베이비만큼이나 해리 왕자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6일 해리 왕자가 두손을 모으고 아들을 갖게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영국 왕실 전통상 출산 당일 부부와 아이가 함께 대중들 앞에 서지만, 해리 왕자 부부는 이 관례를 40년만에 깼다. [AP=연합뉴스]

지난 6일 해리 왕자가 두손을 모으고 아들을 갖게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영국 왕실 전통상 출산 당일 부부와 아이가 함께 대중들 앞에 서지만, 해리 왕자 부부는 이 관례를 40년만에 깼다. [AP=연합뉴스]

“‘로열파더’의 육아 휴직, 꽤 흔한 일”

“해리 왕자가 육아 휴직을 할까요?” 지난 6일 로열 베이비가 태어나자 타임(TIME)지는 이같은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가 육아 휴직을 할지, 한다면 얼마나 오래할지 영미권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남성의 육아 휴직이 낯섭니다. 하지만 영국에선 아내가 아이를 출산하면 남편이 2주간의 유급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는 법이 있고 대부분이 이 휴직을 사용하는 분위기입니다. 만약 더 긴 휴직을 원한다면 남편과 아내 둘이 총 50주의 육아 휴직을 나눠 할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 빅토리아 왕세녀와 남편 다니엘 바스테르고틀랜드 공작. 첫딸 에스텔 공주와 아들 오스카 왕자. 두 사람은 아이를 출산했을 때 6개월씩 번갈아가며 육아 휴직을 했다.[스웨덴 왕실]

스웨덴 빅토리아 왕세녀와 남편 다니엘 바스테르고틀랜드 공작. 첫딸 에스텔 공주와 아들 오스카 왕자. 두 사람은 아이를 출산했을 때 6개월씩 번갈아가며 육아 휴직을 했다.[스웨덴 왕실]

물론 영국 왕실은 일반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즉, 해리 왕자는 더 긴 육아 휴직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죠. 남편의 육아 휴직이 보편적인 스웨덴에선 지난 2012년 다니엘 바스테르고틀랜드 공작과 빅토리아 왕세녀가 아이를 출산했을 때 6개월씩 번갈아 출산·육아 휴직을 한 적이 있기도 합니다. 영국 왕실 전문가인 케이티 니콜은 “최근 영국 왕실에서 아버지인 ‘로열파더’들이 육아 휴직을 하는 건 꽤 흔한 일”이라며 “해리 왕세자가 얼마나 육아휴직을 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윌리엄 왕세자도 육아 휴직 경험, 어떤 변화 일어날까

지난해 4월 23일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아이를 낳은 후 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23일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아이를 낳은 후 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해리 왕자의 형인 윌리엄 윈저(36) 왕세손 역시 육아 휴직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첫째 조지와 둘째 샬럿이 태어났을 때는 2~3주, 셋째 루이가 태어났을 때는 이틀 동안 휴직했습니다. 윌리엄 왕세자는 육아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듯 지난 7일 “동생이 ‘수면부족협회(sleep deprivation society)’에 가입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물론 해리 왕자가 주목받는건 육아휴직 때문만은 아닙니다. 해리 왕자는 ‘사고뭉치’였던 과거와는 달리 꽤나 의젓한 모습을 보이며 오랜 영국 왕실의 전통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40년동안 영국왕실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출산 직후 산모와 아이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지만 해리 왕자는 아들이 태어난 당일 혼자 기자들 앞에 등장했습니다. 이는 평소 ‘출산 직후 카메라 세례를 받지 않겠다’고 밝혀온 마클 왕자비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도 보이는데요. 이 자리에서 해리 왕자는 활짝 웃는 얼굴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마클 왕자비의 출산을 지켜본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 작은 생명체는 정말이지 좋아 죽겠고 (지금은) 그저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라고 진솔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양손을 머리에 갖다 대며 “여성들이 어떻게 그 일(출산)을 해내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이를 두고 USA투데이는 “해리 왕자가 사랑스러운 연설을 했다”고도 보도했는데요. ‘연하남’ 해리 왕자가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출산의 고통을 이해하는 등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인 겁니다.

이처럼 해리 왕자는 출산과 육아가 오롯이 여성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엔 과거와는 달라진 사회상이 반영돼 있기도 합니다. 미국 월간지 패스트컴퍼니(FC)는 “해리 왕자의 출산휴가는 영국의 성 규범 변화에 주목하게 한다”고도 전했는데요. 앞으로 해리 왕자의 행보는 보수적인 영국왕실을 넘어 영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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