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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앞두고 '비용 절감'…강의 수 많이 줄인 대학은 어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참가자가 수업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참가자가 수업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의 강의 수 줄이기가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은 소규모 강의가 많이 줄이는 대신 대형 강의가 늘리기도 했다. 강사법 시행으로 시간 강사 인건비가 증가할 우려가 커지자 대학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학기의 전국 4년제 대학 강의 수는 지난 2018년 1학기에 비해 6655개 줄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법 영향이 있긴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강의 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학생 수 감소와 대학 구조개혁 등으로 이미 2015년 이후 강의 수가 매년 5000여개씩 줄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강의 수를 많이 줄인 대학이 어디인지 살펴보기 위해 대학정보 공시 자료를 분석했다. 지난해 1학기와 올해 1학기 대학별 강의 수를 비교해보니 일부 대학에서는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났다.

 강의 수를 가장 많이 줄인 대학은 가천대였다. 1학기 기준으로 2017년 4251개, 2018년 4181개 강의를 운영하던 이 대학은 올해 1학기 3631개로 550개 강의가 줄었다. 이어 감소 폭이 큰 대학은 제주대(542개), 호서대(467개), 한국외대(457개) 순이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학들이 소규모 강의를 없애는 대신 대형 강의를 늘리는 경향도 뚜렷했다. 가천대의 경우 20명 이하 소규모 강의를 631개나 줄였다. 한국외대는 20명 이하 강의가 541개 줄어든 반면 51~60명 규모 강의가 80개 늘었다. 고려대(서울)도 50명 이하 강의가 448개 줄고 51명 이상 강의가 87개 늘어나 전반적으로 강의가 대형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소규모 강의가 집중적으로 줄어든 이유는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에 앞서 비용 절감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강사법에 따르면 강사 임용은 최소 1년 이상으로 계약해야 하며 방학 중 임금도 지급해야 한다. 또 시간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도 담고있기 때문에 향후 퇴직금과 건강보험을 보장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아직강사법 개정에 따른 구체적인 강사 임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기획처장은 “대학들이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의를 줄이고 전임교수의 강의 담당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강사 수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이 강의 하나를 여러 소규모 강의로 쪼개서 제자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강의들부터 조정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강의 수가 줄면 학생 선택권을 제한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교육부는 향후 대학 재정지원 사업 평가에 강의 수 감소 여부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강의 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린 대학도 있다. 강의 수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한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재정 부담이 있지만, 학생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는 없다는 취지로 강의 수를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 보도가 나간 뒤 가천대는 강의 수 감소에 대해 "신입생 대상 인성세미나(307개)를 올해부터 캠프로 전환하고, 교양영어(46개)를 축소하는 대신 코딩강좌를 늘렸다"며 "비용 절감이나 시간강사와 무관하게 강좌의 질적 강화를 위해 추진한 조치다"라고 전해왔습니다. 호서대도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인성면담 과목을 비교과 면담으로 바꾸면서 300여개 강좌가 감소했으며 강사법과는 관련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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