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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스타워즈가 내 인생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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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 워즈:라스트 제다이'에서 로봇 BB-8의 모습. 몸통 부분의 원구가 공처럼 자유자재로 돌아가며 움직인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 워즈:라스트 제다이'에서 로봇 BB-8의 모습. 몸통 부분의 원구가 공처럼 자유자재로 돌아가며 움직인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바퀴를 재해석한 로봇, 기억하시나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2015)에 나온 BB-8이죠! 그런데 이런 바퀴 형태가 자연 진화에선 왜 나타나지 않을까요? 생물이 가진 신경과 핏줄이, 연속적으로 돌다 보면 다 꼬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4일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48, 한국명 홍원서)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졌다. 올해 영화제가 '스타워즈'를 주제로 마련한 스페셜 토크 자리에서다. 그는 10년 넘게 미국 UCLA 대학의 로멜라(RoMeLa) 로봇 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미국 최초의 어른 크기 휴머노이드 로봇 등 여러 발명품을 내놨다.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워싱턴포스트가 그를 일컬은 말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스타워즈' 토크 행사 #"7세때 스타워즈 보고 로봇 과학자 결심" #로봇 연구과정에서도 많은 영감 받아 #제다이의 힘 뜻하는 포스(force)도 언급 #"로봇연구에서 포스는 인간에 대한 배려" #

이런 그가 “제 인생을 바꿔놨다”고 한 영화가 바로 ‘스타워즈’다. 1977년 조지 루카스 감독이 처음 선보인 이 SF 시리즈는 우주전사 제다이의 고난·운명과 더불어 당시로선 획기적인 여러 로봇, 우주선을 등장시켜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팬덤까지 더해져, 이날 토크쇼는 영화제 개막 전부터 티켓이 매진되며 열기가 뜨거웠다.

"저는 지금 꿈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이 4일 제20회 전주영화제에서 '스타워즈' 스페셜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이 4일 제20회 전주영화제에서 '스타워즈' 스페셜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미국에 건너가 일곱 살에 ‘스타워즈’를 처음 봤어요. 우주선, 광선검이 너무너무 멋있었죠. 그날로 엄마, 아빠한테 로봇과학자가 되겠다고 약속했고, 지금 저는 꿈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날 토크에서 이렇게 첫 인사를 건넨 그는 “그간 개발에 참여한 여러 로봇을 살펴보면 ‘스타워즈’에 영감 받은 것이 많다”고 운을 뗐다. “최근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사람처럼 걸으려다 보면 잘 넘어지고 (제작과정도) 너무 비싸고 복잡하고 위험하죠. 사람처럼 생길 필요가 없다면? 다리가 좌우 아닌 앞뒤로 달릴 수도, 무릎이 360도 돌아갈 수도 있죠. ‘스타워즈’의 R2D2 같은 새로운 종류의 로봇 움직임이 이런 아이디어에 자극을 줬죠.”

'스타워즈' R2D2, 3PO에 특히 영감받아 

영화 '스타 워즈:깨어난 포스' 로봇 주인공 (왼쪽부터) R2-D2와 C-3PO.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 워즈:깨어난 포스' 로봇 주인공 (왼쪽부터) R2-D2와 C-3PO.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는 자신의 연구소가 실험해온 여러 로봇도 ‘스타워즈’ 닮은꼴이 여럿이라 설명했다. 풍선 몸체에 가느다란 다리로 물 위나 외줄 걷기까지 하는 로봇 ‘발루’는 ‘스타워즈’ 시리즈 에피소드5, 바퀴 하나로 움직이는 로봇은 식당 종업원 로봇으로 에피소드 2‧9에 나왔다. 다리가 셋 달린 거미 모양 로봇은 에피소드3에 의료용 로봇으로 잠깐 등장했다.

로봇과 어떤 관계냐는 어린이 관객의 질문에 그는 “솔직히 제게 로봇은 도구다. 사람이 할 수 없고, 해서는 안 될 일을 대신해주는 지능적 기계”라면서도 “‘스타워즈’ 로봇들은 영원한 친구다. 특히 조지 루카스 감독의 초기 3부작에 중요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너무나 멋있는 스톰트루퍼(은하제국군)의 헬멧, R2D2의 새로운 움직임, 사람을 도우려는 3PO(로봇)의 태도 등이 제 로봇연구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죠.”

5연승 세계 로봇 축구대회 우승노릴 새 로봇은…

영화 '스타 워즈:라스트 제다이'에서 포스의 선택을 받은 전사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광선검을 든 모습.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 워즈:라스트 제다이'에서 포스의 선택을 받은 전사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광선검을 든 모습.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특히 재난‧인명구조용 로봇,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 개발에 큰 의미를 느꼈다는 그는 이를 영화 속 우주전사 제다이의 힘을 뜻하는 ‘포스(force)’와 연결시켰다. “영화에서 포스는 은하계를 하나로 이루게 해주는 것, 조건 없는 사랑, 바른길로 이끌어줄 무언가로 언급돼요. 현실에서 우리의 로봇 연구에 있어 포스는 인간에 대한 배려, 공감, 사랑이죠. 세상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입니다.”

세계 로봇 축구대회인 ‘로봇컵’에서 이미 2011년부터 5년 연속 우승한 그는 로멜라 연구소를 통해 내년 로봇컵에 선보일 새 로봇 ‘아르테미스’도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전투장면에 등장한 쉽게 접고 보관하기 좋은 안드로이드와 유사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5월4일 왜 '스타워즈' 기념일이냐면…

영화 '스타 워즈:깨어난 포스'의 주인공 한 솔로(해리슨 포드)와 츄바카. 1977년 시리즈 첫 영화부터 츄바카를 연기한 배우 피터 메이휴는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났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 워즈:깨어난 포스'의 주인공 한 솔로(해리슨 포드)와 츄바카. 1977년 시리즈 첫 영화부터 츄바카를 연기한 배우 피터 메이휴는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났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날 토크는 전주영화제가 매년 특정 주제로 펼치는 아카이브 섹션의 일환으로 열렸다. 지난해 ‘월트디즈니’에 이어 올해는 ‘스타워즈’가 이 섹션 주제로 선정됐다. 특히 영화의 명대사 “포스가 함께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과 영어 발음이 비슷한 5월(May) 4일(fourth)은 팬들에게는 매년 스타워즈 기념일. 4일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선 ‘스타워즈’ 코스프레 행사와 영화 OST 공연 등도 열려 눈길을 끌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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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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