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하나 '5차례', 박유천 '7차례' 엇갈린 투약 횟수…진실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약을 끊었었어요. 그런데 박유천씨가 권해서…."
지난달 4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사무실.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던 황하나(31·구속기소)씨의 입에서 이런 진술이 나왔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씨는 2017년 4월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씨와 열애 사실을 알리고 같은 해 9월 결혼 소식까지 전했지만, 이듬해 결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씨의 주장은 일관됐다. 2~3월 3차례에 걸쳐 함께 마약을 사고 3차례 투약했다는 것이다. 이어 "박씨가 마약을 권했다. 잠을 자고 있을 때 억지로 투약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32) 씨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32) 씨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3월 3차례 투약했다는 황하나, 경찰은 5차례 투약 확인

이후 경찰은 은밀하게 박씨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자 지난해 결별했다던 황씨와 박씨가 서로의 집을 드나든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황씨가 경기도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폐쇄 병동에 입원하기 직전인 3월 말까지 이들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와 마약을 투약했다"고 황씨가 진술한 날짜와 통신 수사를 통해 드러난 박씨의 동선도 일치했다. 박씨가 올해 2~3월 서울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마약 판매상의 계좌에 입금하고 20~30분 뒤 특정 장소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아오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도 확보했다. 경찰은 황씨의 진술과 자체 조사를 통해 이들이 지난 2~3월 3차례 마약을 구입해 5차례 투약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박씨는 황씨와 마약을 한 연예인으로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부인했다. "마약을 하지 않았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그는 3차례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CCTV 등 증거를 내밀면 "황씨 부탁으로 입금하고 물건을 가져왔을 뿐 마약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오른쪽 손등에선 마약 투약 흔적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됐다. 황씨의 손등에도 같은 상처가 있었다. 이를 추궁하자 박씨는 "오래전에 다친 상처"라고 해명했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억울하다는 듯 여러 차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증거가 나왔다. 압수수색하면서 채취한 박씨의 체모를 가지고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검사 결과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박씨를 구속했다. 박씨는 영장실질심사에 나서서도 "왜 내 몸에서 약물이 검출됐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가 심경 변화를 보인 것은 가족들이 면회한 이후부터다. 구속된 박씨를 면회한 가족들이 "혐의를 인정하라"고 조언했다. 경찰도 박씨에게 "증거가 있는데도 계속 부인을 하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박씨는 구속 사흘만인 지난달 29일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워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씨(왼쪽)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마약 의혹을 부인한 박유천씨. [중앙포토·연합뉴스]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씨(왼쪽)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마약 의혹을 부인한 박유천씨. [중앙포토·연합뉴스]

박유천 "지난해 여름부터 7차례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한 박씨는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5차례 범행 말고도 지난해 여름과 올해 3월 중순 두 차례 더  마약을 투약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황씨가 지난해 여름 먼저 마약을 건넸고 호기심에 투약했다. 내가 마약을 투약한 현장엔 전부 황씨가 있었다. 지난 3월 투약 때도 황씨와 같이 했다. 지난해 여름엔 혼자서 먼저 투약했다. 하지만 황씨도 (당시 함께 마약을) 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총 7차례란 얘기다.

그러나 황씨는 경찰에서 "박씨가 주장하는 지난해 여름과 지난 3월 중순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황씨가 추가로 마약을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하고 황씨에게 마약을 건넨 공급책 등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