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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마블 앓이’ 1000만 고지 눈앞… ‘어벤져스’의 경제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역대 최고 사전 예매(230만장), 역대 최단기간 100만 관람객 돌파(4시간 30분), 역대 최고 오프닝(133만명), 역대 최다 일일 관람객(166만명)….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얘기다. 5월 4~6일 황금연휴에도 대한민국의 ‘마블 앓이’는 이어질 전망이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일까지 어벤져스 누적 관객 수는 861만9490명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액만 740억원 규모다. 주말인 지난달 27~28일 일 평균 150만명이 관람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새 ‘1000만 영화’에 등극할 전망이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마블 스튜디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마블 스튜디오]

'콘텐트 상품'으로서 실적은 어떨까.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벤져스는 2일(현지시각) 기준 북미에서 4억5235만 달러, 해외에서 12억1180만 달러 등 총 16억6415만 달러(약 1조9400억원)를 벌어들였다. 제작사인 마블 스튜디오가 공개한 어벤져스 제작비는 3억5600만 달러(약 4150억원), 마케팅비는 2억 달러(약 2300억원) 수준이다.

영화업계에서 흔히 제작비의 두 배를 ‘손익분기점’으로 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만 영업이익률이 45%(마케팅비 제외 시 57%)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영업이익률이 8.3%, ‘역대급’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이 5.9%란 점을 고려하면어벤져스 실적은 ‘대박’이다.

5월 내수 시장도 어벤져스 ‘광풍’에 올라탔다. 유통ㆍ통신ㆍ패션ㆍ식음료 등 전 업종에서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한창이다. 스타필드 하남ㆍ코엑스ㆍ고양점에선 이번 주말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포토존, 무기 컬렉션, 팝업 스토어, 레고 체험존 등을 마련해 손님을 끌어모은다. SKTㆍKTㆍ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영화 예매권을 경품으로 내걸고 마블 영화 VOD, 스피커 등 패키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 넥슨ㆍ넷마블 같은 게임 업체는 일제히 마블 캐릭터를 보강해 게임을 업데이트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유니클로 매장에서 마블 캐릭터를 디자인한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유니클로 매장에서 마블 캐릭터를 디자인한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

유니클로ㆍ아디다스ㆍ데이즈 같은 패션 업계에선 마블과 협업해 디자인한 티셔츠를 판매 중이다. 코카콜라ㆍ팔도는 음료수 캔에 마블 캐릭터 이미지를 입힌 상품을 출시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5월은 유통업계 대목인 가정의 달인데 캐릭터가 여럿 등장해 ‘원 팀’으로 움직이는 마블 영화 분위기와 어울린다”고 말했다. 한국의 마블 앓이에 대해 마블 측은 “국가별 마블 팬 비율을 따져보면 한국 팬 비중이 월등히 높다”며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마블은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블랙 팬서’ 등의 촬영지로 한국을 택하는 등 ‘친한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5일 방한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제작자와 주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조 루소, 안소니 루소 감독, 배우 브리 라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일간스포츠]

지난달 15일 방한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제작자와 주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조 루소, 안소니 루소 감독, 배우 브리 라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일간스포츠]

마블의 성공 비결은 ‘캐릭터’의 힘으로 요약된다. 만화 제작사였던 마블은 1990년대 파산 위기를 맞았다. ‘엑스맨’은 20세기폭스사, ‘스파이더맨’은 소니 픽쳐스로 넘기며 연명했다. 그런데 헐값에 넘긴 만화 캐릭터가 영화로 제작되면서 막대한 수익을 내자 깜짝 놀란다. 남은 ‘B급’ 캐릭터가 어벤져스에 등장한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이다. 마블은 이 캐릭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 거대한 시리즈물을 제작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절치부심 끝에 2005년 메릴린치로부터 5억2500만 달러를 빌려 영화 ‘아이언 맨’을 제작했고 2008년 흥행에 성공하며 부활했다. 그리고 ‘최종판’ 격으로 내놓은 작품이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다.

재도약의 전기를 맞은 건 2009년 디즈니가 40억 달러에 마블을 인수하면서다. 든든한 ‘전주’일 뿐만 아니라 캐릭터 왕국이기도 한 디즈니가 마블에 투자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한 편 만으로 2조원을 벌어들이는 등 지난해까지 출시한 영화 20편 만으로 전 세계에서 37억3700만 달러(약 4조2000억원) 수익을 냈다. 영화뿐 아니라 케이블 TV와 온라인ㆍ모바일을 통한 VOD 서비스,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수익, 오프라인 완구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낸 부가 수익은 별도다.

강유정 강남대 국문과 교수(영화평론가)는 “어벤져스는 영화로서 가장 완벽한 '상품'”이라며 “만화 캐릭터도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으로 잘 가공하면 훌륭한 콘텐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벤져스가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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