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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경부선 400km 대장정…의원 4명 집단 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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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자유한국당이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2일 윤영석·이장우·김태흠·성일종 의원, 이창수 당협위원장(오른쪽부터)이 국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자유한국당이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2일 윤영석·이장우·김태흠·성일종 의원, 이창수 당협위원장(오른쪽부터)이 국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통과에 반발하며 전국 순회 투쟁에 들어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음 주부터 부산→서울을 주파하는 ‘400㎞ 국토대장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도보 행군, 자전거·버스도 활용 #이르면 내주 시작 최소 10일 예상 #“경제도 못 풀면서 패스트트랙” #어제 경부선 4개 도시 찾아 비판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5월 10일)을 맞아 현 정부의 실정을 국민 속으로 들어가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당초 광화문 천막당사를 고려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불허할 움직임을 보이자 전국 순회 투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대전~대구~부산을 거치는 ‘경부선’ 순회를 했고, 3일엔 광주~전주~용산역으로 올라오는 ‘호남선’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황 대표의 국토 대장정은 전국 순회 투쟁의 완결판이다. 도보를 위주로 하면서 필요한 경우 자전거·버스 등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인 6일 출발해 최소 10일의 일정이다. 숙소 역시 각 지역 당사보다는 현지 주민과 접촉면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당 일각에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2004년 박근혜 대표의 천막당사처럼 국토대장정이 황 대표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대전역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대전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에 참석,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대전역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대전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에 참석,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역 앞 광장을 시작으로 대전역(오후 1시10분)·동대구역(3시30분)·부산 서면(6시10분) 등 하루에 4개 도시를 도는 강행군을 펼치며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한국당은 ‘경부선 집회’에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 회의를 했다. 황 대표는 “자영업자·청년 실업자 문제도 풀어내지 못하면서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에 왜 목을 매고 있나”라며  “정상적인 국정 운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 담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선거법도 민생”이라며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대로 선거한다면 경제 ‘폭망’의 주범인 소득주도 성장이 가속화·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현장 최고위 회의 직후 한국당 지도부는 곧바로 서울역으로 이동해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민생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좌파 독재의 수명 연장만 궁리하고 있다”면서 “국민 힘으로 좌파정권의 게슈타포 공수처를 막아내자”고 강조했다.

오후 1시쯤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규탄 집회엔 1000여 명의 지지자가 몰렸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우리나라에 수사기관이 부족하냐, 공수처라는 수사기관을 만드는 건 (야당이) 저항을 못하게 해서 마음대로 폭정을 끌어가겠다는 숨은 의도”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는 국회의원 밥그릇이 아니라 국민 밥그릇이다. 예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앞장선 충청인이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4·29 좌파 정변의 오적(五賊)”이라고 비난했다.

황 대표는 대전역 집회 후 취재진과 만나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세월호 참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조사하기로 한 데 대해 “수사를 방해한 일이 전혀 없다. 여러 번 조사·수사를 통해 (저의) 무고함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반복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잘못된 정치적 목적과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잘못된 정치적 행태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구에선 비판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황 대표는 “좌파 정책을 마음대로 하니까 바로 좌파독재다. 우리 자녀를 좌파독재 치하에 살게 하고 싶으냐”고 강조했다. 이어 “공무원 중에서 양심선언을 하려는 사람이 나타나니깐 그 입을 틀어막으려는 게 공수처법”이라며 “정권 말기로 가면서 불안한가 보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으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집단 삭발식=지도부가 지방에 간 사이 국회에선 한국당 의원들의 집단 삭발을 했다. 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위 위원장인 김태흠 의원과 성일종·윤영석·이장우 의원,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앞서 삭발을 한 박대출 의원 등이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불법과 야합으로 선거법,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의회민주주의 폭거에 삭발 투쟁으로 항의하고자 한다”라며 “입으로만 민주주의를 외치는 좌파 집권 세력에 의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2중대·3중대 범여권 정당은 패스트트랙 철회를 선언해야 한다”라며 “오늘을 시작으로 좌파 독재 정권의 비정상 국정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삭발식은 당원들이 애국가를 제창하는 가운데 10분 정도 진행됐다. 일부 당원은 눈물을 흘렸다.

김준영 기자, 대전·대구·부산=임성빈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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