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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증권사 숨은 돈 7.5조원 주인 찾아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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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농협 지역조합 계좌에 돈이 있는데 직접 지점을 방문해야 찾을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두고 있습니다.” 2일 금융위원회가 동영상으로 공개한 한 남성 회사원의 사례다. 이런 식으로 고객들이 제2금융권과 증권사 등에서 찾아가지 않은 돈은 7조5279억원에 이른다. 앞으로는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도 이런 돈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제2금융 휴면계좌 1억여 개 #평균 6만5600원 안 찾아가 #하반기에 조회·인출 서비스

금융위는 현재 은행 계좌를 대상으로 하는 ‘숨은 금융자산 찾기’ 서비스를 올 하반기에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고 2일 밝혔다. 고객들이 본인 예금이나 증권 계좌의 잔고를 한눈에 조회하고 쓰지 않는 계좌를 정리해 쉽게 돈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우체국은 오는 8월부터, 증권사 계좌는 오는 10월부터 적용된다. 고객 본인의 공인인증서로 로그인만 하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제2금융권과 증권사에서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비활동성 계좌는 1억1476개로 집계됐다. 계좌당 평균 6만5600원의 잔액이 남아 있다. 오랫동안 거래를 하지 않는데도 돈을 찾지 않는 것은 고객이 잘 모르거나 귀찮아해서라고 금융위는 보고 있다. 특히 인터넷 뱅킹에 가입하지 않은 계좌라면 고객이 직접 발품을 팔아야 돈을 찾을 수 있다.

2016년 12월 은행 예금에 도입한 ‘어카운트 인포(숨은 예금 찾기)’ 서비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까지 2년 동안 약 650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고객들이 찾아간 돈은 867억원에 이른다. 1인당 평균으로는 약 1만3300원이다.

금융위는 제2금융권에도 단계적으로 ‘계좌이동 서비스(페이 인포)’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상호금융·우체국 계좌에 연결된 자동이체를 클릭 몇 번으로 한꺼번에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서비스다. 은행권에선 2015년 10월 도입해 이미 650만명이 이용했다. 자동이체 계좌를 바꾸기 위해 통신사나 카드·보험사 고객센터에 일일이 전화해야 하던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엔 우선 제2금융권끼리만 자동이체 계좌를 옮길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엔 2금융권과 은행 간 이동도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한다. 현재 자동이체가 등록된 제2금융권의 수시입출금식 계좌 수는 3283만개에 달한다. 신용카드별 자동납부 현황을 한눈에 조회하고 한꺼번에 해지·변경할 수 있는 카드 이동 서비스도 올해 말께 도입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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