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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맡긴 택배가 사라졌다…택배 직원인척 물건 가로챈 일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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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박모(25)씨는 부모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목돈이 필요했다. 박씨는 결국 지난 1월 1000만원 상당의 순금 50돈 금팔찌를 인터넷 중고장터에 올렸다. 돈이 급했던 박씨는 '시세보다 가격을 좀 더 줄 테니 편의점 택배 거래를 하자'는 연락을 받고 근처 편의점을 이용해 택배를 보냈다. 그는 “입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편의점에서 다시 찾아오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도 입금되지 않았고, 편의점에 맡겼던 금팔찌 택배 역시 되찾을 수 없었다.

편의점 택배로 금팔찌 등을 보내달라고 한 뒤 택배회사 직원 행세를 하며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일 인터넷 사기로 5400만원 상당의 금팔찌 등 9차례에 걸쳐 총 6300만원을 상당의 물품을 훔친 피의자 1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중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1명은 불구속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씨(21) 등 4명은 지난 1월 9일부터 2월 19일까지 인터넷 장터에서 "금팔찌를 사려고 하는데 편의점 택배로 보내 달라"고 한 뒤, 피해자들이 물건을 편의점에 맡기면 택배회사 직원인 척 가로채는 수법으로 5400만원 상당의 금팔찌를 훔쳤다. 이 외에도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게임머니를 판매하겠다고 속여 901만원을 송금받는 방식도 썼다고 한다.

A씨 일당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직거래를 할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인 뒤 주거 지역을 알아낸 후 택배가 접수된 편의점으로 가 택배 기사를 사칭하는 수법으로 편의점에 맡겨둔 물품을 가로챘다. 이들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피의자 B씨 등 4명은 사기 행각을 벌인 A씨 일당과 평소 알고 지낸 사이로 이들이 가져온 금팔찌 등이 훔친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판매를 돕거나 취득해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에 검거된 18명 중 나머지 10명은 피의자 A에게 자신 명의의 통장과 휴대폰 유심칩 등을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압수한 물품. [서울 관악경찰서]

경찰이 압수한 물품. [서울 관악경찰서]

경찰은 2월 사건을 접수하자마자 해당 편의점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휴대전화 등을 분석해 사건 발생 이틀 만인 2월21일 A씨를 검거했다. 이후 장물 판매를 알선하거나 취득한 피의자 4명과 대포통장, 휴대전화 유심칩을 빌려준 10명 등도 붙잡았다. 검거 과정에서 경찰은 A씨 일당이 소지하고 있던 1000만원 상당의 24K 50돈 금팔찌와 범죄수익금 중 일부인 360만원도 압수했다.

사건을 맡은 한동훈 서울 관악경찰서 사이버수사 팀장은 "인터넷 사기 피해를 안 보려면 거래 전 '사이버캅 모바일 앱' 등을 통해 판매자의 연락처를 조회하고 안전거래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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