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투명 딛고 12번째 개인전 서양화가 김선회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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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간경변이란 난치의 병마와 싸우느라 한동안 세상사람들의 기억을 빠져나가 있던 작가 김선회씨(49)가 그의 몸집만큼이나「예술로 이긴」중후한 모습을 띠고 다시 나타났다.22일까지 서울 선화낭(포5839)에서 열리고있는 그의 12번째 개인전에는 화력 25년 동안 일관하여 추구해온 「총체성으로서의 회화」작업에 하나의 중간쉼표를 찍어도 좋을 회심의 작품 25점이 내 걸렸다.
『85년의 제9회 개인전까지는 아마추어리즘의 치졸성을 벗지 못했었습니다. 실험정신에 함몰돼 작품을 뒷받침할 철학의 정리에는 미흡했지요. 이제는 스스로 그 약점을 극복하고 총체성에 접근해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9회전까지만 해도 난해한 기호로만 화면을 채우는 이른바 「입체기호 시리즈」의 비 형상작업에 매달려봤던 그는 지난4월 일본오사카 ABC갤러리에서 열린 대판조일신문기획의 제10회전을 계기로 작업면모를 혁명적이라 할 만큼 바꿔버렸다.
이번 초대전에 출품된『큐빅드림 (CUBIC DREA-M)』이란 명제의 연작들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 현실과 초현실 등 우주의 무한시공을 환상적 조형언어로 얽고 있는데 일반이 직관만으로도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의 대상을 선택, 강한 리얼리티를 가미하여 그림 전체를 풀어주고 있는 게 특징이다.
『총체로서의 회화란 나의 작업짓거리전체를「하머나이즈」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일반이 이해할 수 없는 총체회화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전달성이 우선돼야한다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꽤 오랫동안 헤매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전시기간 동안에는 공간을 뚫기도 하고 물질처럼 베고 갈라 공중에 띄우기도 하는 독특한 조형방식이 많은 건축전문가들의 주목을 끌었다고 밝힌 그는 현재의 작업을 캔버스평면만이 아닌 세라믹에도 적용, 매체를 크게 확대시켜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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