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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카이탁 공항 : 사진기자가 기억하는 마지막 한 달

중앙일보

입력

2019년 4월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홍콩의 카이 탁 공항 : 사진기자가 기억하는 마지막 한 달>.

90년대 홍콩을 떠올려 보자. 분주하고 바쁜 사람들, 화려한 네온사인, 무질서함과 동시에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 홍콩에 대한 강렬한 한 장면으로, 도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비행기를 떠올린다. 그 비행기의 종착지는 구룡반도 남쪽의 복잡한 도심지 인근에 위치한 카이탁Kai Tak 공항이다.

카이탁Kai Tak 공항 활주로

카이탁Kai Tak 공항 활주로

1998년 7월 6일, 홍콩 침사추이 한 복판에 있던 카이탁Kai Tak 공항이 문을 닫았다. 1925년에 개항한 카이탁은 작은 규모에 비해 엄청난 교통량으로 세계서 바쁜 공항이자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번화한 국제공항이었다. 홍콩국제공항으로써의 기능은 이후 첵랍콕Chek Lap Kok 국제공항으로 이전됐다.

1998년, 당시 사진기자였던 버디 추Birdy Chu는 공항이 폐쇄되기 직전 홍콩의 마천루를 곡예하듯 지나가던 비행기를 찍기 시작했다.

네온이 켜진 홍콩 밤 거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네온이 켜진 홍콩 밤 거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많은 홍콩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착륙하기 어려운 공항 중 하나였던 카이탁에 대해 애틋한 추억을 갖고 있다. 그곳에 착륙하는 조종사는 모두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아찔했던 기억을 하나쯤 갖고 있다.

추(Chu)는 카이탁 공항으로 착륙할 때의 아찔함을 사랑했다. 그는 이 공항에 6번 착륙했다.

1998년 7월 5일, 홍콩의 카이 탁 공항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1998년 7월 5일, 홍콩의 카이 탁 공항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지난 4월 22일까지 홍콩의 미키키(Mikiki) 쇼핑몰에서 열린 <카이탁 공항 회고전>에는 그가 공항 폐쇄 전 한달 간 찍은 사진 45장이 전시됐다.

"카이탁 공항이 폐쇄된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오래된 건물의 옥상에 도착했을 때, 마침 비행기가 지나갔다. 그때 엄청난 굉음에 압도돼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이때의 잊을 수 없는 경험은 내게 이 홍콩과, 카이탁 공항에 대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하게끔 만들었다.”

이번 회고전에서 전시한 사진 중 하나다. 1998년 7월, 폐쇄를 앞둔 카이탁 공항은 인파로 늘 북적였다. 수 천 명의 사람들은 며칠 남지 않은 공항의 마지막을 목격하기 위해 터미널 지붕에 모이곤 했다.

추(Chu)는 한 달 간 빅토리아 피크부터 구룡반도 카오룽 시티(Kowloon City) 곳곳을 돌아다니며 카이탁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를 최고로 잘 포착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카오룽퉁(Kowloon Tong) 근처의 언덕 꼭대기에서 상징적인 사진 한 장을 찍게 됐다.

추(Chu)는 “이 사진에서 내 위치는 실제로 비행기보다 높았다."고 말한다.

추(Chu)는 카오룽퉁(Kowloon Tong) 근처의 언덕 꼭대기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그는 이 항공기보다 높은 고도에 있었다.

추(Chu)는 카오룽퉁(Kowloon Tong) 근처의 언덕 꼭대기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그는 이 항공기보다 높은 고도에 있었다.

“나는 카이탁에서 다른 각도, 다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을 구상했고, 밤낮으로 산을 올랐다. 시내 건물 옥상도 여러곳 올랐는데, 각기 다른 방향에서 비행기를 포착하려고 애썼다.”

1998 년 5 월 출사에서는 우연히 영화배우 주윤발과 마주치기도 했다.

영화배우 주윤발(오른쪽)과 버디 추

영화배우 주윤발(오른쪽)과 버디 추

"피크 (Peak)의 중간 지점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 또한 카이탁에 착륙하는 비행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를 보다니, 정말 운이 좋았다."

추(Chu)는 또, 공항 폐쇄 후 빈 활주로를 걷는 첫 번째 사람이 됐던 ‘특별한 순간’을 떠올렸다.

"활주로 중간에 서 있었을 때다. 구룡의 중심에 있으면서 머리 위로 아무 것도 지나가지 않다니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중, 캐세이퍼시픽 보잉 747이 두 건물 사이에 끼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the spirit of hong kong 97>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이 장면에 90년대 홍콩의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한다. 홍콩의 교통 체증,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포착돼 있다.

추(Chu)는 바다로 뻗은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육지로 급회전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스릴 넘쳤다고 말한다. 비행기들은 카이탁 공항에 착륙 직전, 흰색과 주황색으로 칠해진 체커보드(유도표지)를 가이드로, 착륙을 위해 1000ft(300m) 이하의 고도에서 47도로 우회전했다.

카이탁 공항에 착륙 중인 대한항공 화물여객기. 뒷편으로 카이탁 공항의 상징인 체커보드가 보인다

카이탁 공항에 착륙 중인 대한항공 화물여객기. 뒷편으로 카이탁 공항의 상징인 체커보드가 보인다

시간이 흘러 카이탁 공항이 있던 자리는 사라지고 변했지만, 사람들에게 카이탁 공항에 대한 추억만큼은 변함없이 생생하다. 현재는 공항부지는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Kaitak Cruise Terminal로, 홍콩의 조명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에 참여하며 또 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카이탁 공항은 홍콩인들 모두가 갖고 있는 기억이다. 그곳은 구룡반도 카오룽시티 한 가운데 생생하게 살아있던 공간이었다.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은 단연 홍콩의 황금기였다

글 차이나랩 임서영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네이버중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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