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왜 29일 선거법ㆍ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표결을 끝까지 저지하지 않은 걸까.
사개특위ㆍ정개특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11시쯤 관련 회의가 열리자 의사진행 발언 등을 최대한 이용해 시간 끌기 작전을 썼지만, 표결을 물리적으로 방해하진 않았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표결 개시를 선언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날치기 인정할 수 없어”(윤한홍 의원) “이게 독재가 아니면 뭐야”(이장우 의원) “잘해 먹어”(윤상직 의원) 등 발언만 남긴 채 회의장을 떠났다.
정개특위에선 김재원 의원이 기표소에서 10여분간 ‘장고(長考)’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결국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투ㆍ개표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25일부터 시작된 회의실 밖의 극한 대치와 비교하면 다소 의아한 장면이었다.
이에 정치권에선 "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개정 국회법이 한국당 의원들을 제어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회의실 안에서 물리적으로 투표를 막아서는 건 선진화법 등 때문에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대치로 마지막까지 저항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165ㆍ166조는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 행위 등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근'은 다소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회의장 내부에서 물리력을 동원할 경우엔 회의 방해 목적이 뚜렷해 처벌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처벌조항도 강력하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법 조항이다.
이와 관련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한국당의 방어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며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란 현수막을 갖고 있던데 (이미 한국당이) 통과를 전제로 항의에 나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당 보좌진협의회도 29일 당 소속 보좌진들에게 회의가 열릴 220ㆍ445호실로 집결하라는 단체 문자메시지 보내며 “절대 폭력행위(몸싸움)는 하지 마시고 의지를 실은 구호만 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