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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김정은 환송식, 특각 있는 ‘1호 열차역’ 경성서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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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주 러시아를 방문할 때 함북 청진 인근의 ‘1호 열차역’인 경성역에서 환송ㆍ환영 행사를 한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24일 새벽 전용열차를 이용해 러시아로 출발했고, 27일 새벽 귀국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출ㆍ도착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환송, 환영식이 열린 함북 경성역. [구글 어스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환송, 환영식이 열린 함북 경성역. [구글 어스 캡처]

단, 북한 매체들은 “함경북도 인민들이 (김 위원장을) 환영하기 위해 역 구내로 달려 나왔다”고 밝혀 김 위원장의 환영·환송 장소가 함북 지역 임은 공개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중국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할 때는 평양역에서 관련 행사를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 출발한 직후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은 평양역과 달라 출발지점을 놓고 궁금증을 낳았다. 일부에선 김 위원장 일행이 함흥역에서 출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정밀 분석 결과 김 위원장은 청진에서 남서쪽으로 약 34㎞ 떨어진 경성역에서 출발ㆍ도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플랫폼에 지붕이 있고, 전용열차가 러시아로 출발하는 방향 등이 경성역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함북 지역의 기차역 중 플랫폼에 지붕이 설치된 곳은 경성역을 비롯해 김책역 등이 있는데 환송객들이 역사를 등지고 왼쪽 방향으로 서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에 손을 흔들거나, 화면에 나타난 주변 시설들을 분석한 결과 경성역으로 결론내렸다는 것이다.

지난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때 환송(24일)과 환영(27일)이 열린 경성역. [사진 어스 구글 캡처]

지난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때 환송(24일)과 환영(27일)이 열린 경성역. [사진 어스 구글 캡처]

 지난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때 환송(24일)과 환영(27일)이 열린 경성역. 플랫폼 입구(러시아쪽)의 구호판(빨간색 원 안)이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의 위치와 일치한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지난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때 환송(24일)과 환영(27일)이 열린 경성역. 플랫폼 입구(러시아쪽)의 구호판(빨간색 원 안)이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의 위치와 일치한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다른 당국자는 “22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경성역으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북한 지역의 철로 상태가 좋지 않아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24시간 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해 대표단과 환송하는 간부들이 미리 동해안 지역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다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직행하는 방식이 아닌 지방에서 출발한 건 열차여행의 피로를 줄이면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시간(24일 오후 6시 5분)을 역으로 계산해 출발장소와 시간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벽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모습을 통해 ‘불면불휴’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의미도 있다.

지난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때 환송(24일)과 환영(27일)이 열린 경성역. 인공위성에서 찍은 구글 사진의 구조물(노란색 원안)과 일치한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지난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때 환송(24일)과 환영(27일)이 열린 경성역. 인공위성에서 찍은 구글 사진의 구조물(노란색 원안)과 일치한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경성역에서 북ㆍ러 국경역인 두만강역까지는 150여㎞로 5시간 안팎이 걸린다. 지난해 말 북한의 철도 상황을 점검한 정부 조사단은 이 지역의 철로가 뒤틀리고, 침목이 노후해 시속 30~40㎞ 이상을 달릴 수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24일 자정 직후 경성역을 출발했다면 오전 6시를 전후해 북ㆍ러 국경역인 두만강역에 도착했고, 이어 열차의 바퀴(차대)를 교체에 3시간 가량 걸린 뒤 국경을 넘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24일 오전 9시 30분쯤 김 위원장 일행이 북ㆍ러 국경을 넘었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와 일치한다.

김 위원장이 출발지로 선택한 경성역은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전용역 개념인 1호 열차역이라고 한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최고지도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1호 열차역을 운영하고 있다”며 “경성은 북한에서 작은 읍내 수준인데도 기차역 플랫폼에 지붕을 씌우고 야간 조명을 설치하는 등 특별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곳이 1호 열차역 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경성역이 1호 열차역인 이유는 인근에 북한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주을 온천이 자리하고 있고, 김 위원장의 별장인 ‘특각’이 있기 때문이다. 특각이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 일행이 미리 이곳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며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서 안성맞춤이다. 특히 경성역 바로 옆에 군 공항이 있어 평양에서 특별기편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번에 평양에서 경성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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