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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힘이다!] 공격적 투자, 해외 사업 확장…‘게임 체인저’내세워 위기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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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내외 악재 속 기업들 고군분투

두산그룹은 미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규 사업에 적극 진출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터드론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두산의 드론용 연료 전지팩을 살펴보고 있는 장면. [사진 두산그룹]

두산그룹은 미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규 사업에 적극 진출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터드론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두산의 드론용 연료 전지팩을 살펴보고 있는 장면. [사진 두산그룹]

한은, 경제성장 전망 2.5%로 낮춰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도 국내 영향 #경쟁력 차별화, 신성장 동력 모색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 주도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악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1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5%로 낮췄다. 1년 새 네 번이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대외적인 상황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1일 ‘차세안(ChSEAN) 리스크 확대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을 예견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3월 27일부터 4월 8일까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비금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 기업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주요 기업은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경제 저성장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맞서는 키워드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상황 전개를 완전히 바꿔놓는 사람이나 아이디어나 사건)’를 내세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며 “특히 2019년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서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이라고 선언했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기업도 있다. 효성은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30개 해외 제조 법인과 60여 곳의 해외 무역법인·사무소를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베트남을 주력 제품의 복합 생산기지로 삼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효성은 이제 인도·동남아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전 세계에 권역본부를 설립하고 권역별 자율경영·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한다. 고객 지향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실적을 회복하고, 미래 사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CJ ENM은 디지털커머스본부 산하 1인 창작자 지원 사업 ‘다이아 티비(DIA TV)’와 V커머스 전문 ‘다다(DADA)스튜디오’가 최근 글로벌 무대까지 커머스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화그룹도 마찬가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에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특장점을 잘 살려 태양광 신재생 에너지 사업군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해 태양광 사업의 지위를 강화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함께 하자는 뜻을 모았다.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미래 유망 분야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SK그룹의 생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구성원이 얼마나 행복을 느끼고 있는가, 다음 세대가 더 성장하고 행복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공동체로 우리가 어떻게 자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라며 “다음 세대의 행복을 더 키워가는 일을 하려면 SK가 건강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것도 화두다. 포스코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광양에서 운영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포스코에너지에 양도해 LNG 미드스트림 사업을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100대 개혁과제’의 일환이다.

4차 산업혁명 대비도 경영 위기 극복의 화두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AI(Artificial Intelligence)센터를 신설했다. 지난 1월에는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5월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AI 연구센터를 추가 개소했다. 이밖에도 5개국에서 7개의 AI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은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 주력 사업군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고, 자동차부품, 로봇, AI, 차세대 디스플레이, 5G(세대) 이동통신 등 성장엔진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그룹도 전통적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차별화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는 기업도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이고 성장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GS칼텍스는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규 포트폴리오 구축’이라는 경영기조를 유지하면서, 설비효율성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유통 업계도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히려 투자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2019년부터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걸쳐 50조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미래 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압구정본점 등 4개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고 내년 이후 줄줄이 백화점·아울렛을 개점한다. 또한, 식품제조사업 강화를 위해 최신식 제조 시설을 갖춘 스마트 푸드센터를 건립하고, 가구 생산 공장과 물류센터도 추가로 세우는 등 사업확장에 나선다. 신세계백화점도 불과 2년 반 만에 첫 화장품 편집샵인 ‘시코르(CHICOR)’ 매장을 22개로 늘렸다. 백화점 외에도 로드샵까지 진출하면서 공격적으로 시코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국내 우수 중소 화장품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충청북도와 손잡고 중소화장품 판로지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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