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사라진 진짜 이유? 태영호 “숙청·문책 아닌 병 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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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뉴시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뉴시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 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데 대해 “김영철 스스로가 방어벽을 치고 있는 것 같다”고 26일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경질은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월 27~28일) 결렬에 따른 책임을 물은 조치로 보인다는 그간 제시된 추측들과는 다른 해석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뉴시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뉴시스]

태 전 공사는 이날 채널A와 인터뷰에서 “김영철이 숙청됐거나 문책을 당한 게 아니라 김영철 자체가 스스로 알아서 ‘방어벽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먼저 내려놨다는 소리다.

태 전 공사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돼 책임과 화살이 김영철에 쏠리고 있다. 김영철이 이런 상태에서 잘못하면 숙청·문책 위기까지 갈 수 있다”면서 “이럴 때 현명한 인간이라면 ‘몸이 좀 아프다’ ‘병원에 입원하겠다’며 일선에서 서서히 물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의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보신주의(保身主義)’가 북한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태 전 공사는 “‘숙청당할까 봐 미리 보신주의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가 있어서 꾀병도 잘 부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는 김영철이 이 자리에 계속 있다간 존망 판단이 힘들다는 판단에 몸이 아프다는 걸 이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 고위직 사이에선 건강을 핑계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흔한 사례다. 그는 “대단히 보편적인 일”이라며 “(본인 위치가) 주춤할 때 빨리 빠질지를 결정한다. 쉬운 방법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라고 그는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 북한이 대남·대미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김영철에서 장금철로 교체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을 이끌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른팔을 교체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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