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역사 쓴 막내... '157위의 반란' 일으킨 안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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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한 기자

27일 세계탁구선수권 8강전에서 장우진을 꺾고 기뻐하는 안재현. [사진 대한탁구협회]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 '막내' 안재현(20·삼성생명)이 2019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에서 4강까지 올라갔다. 첫 세계선수권 출전에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첫 세계선수권서 4강까지 올라 #랭킹 높은 선수들 연달아 격파 #스웨덴 선수와 27일 4강전 치러

안재현은 2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헝엑스포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대표팀 선배 장우진(24·미래에셋대우)과 1시간 넘게 가진 접전 끝에 4-3(12-10 10-12 7-11 11-3 11-5 8-11 12-10)으로 눌러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안재현은 한국 탁구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첫 출전에서 메달을 딴 선수로도 기록됐다. 또 남자 선수론 1991년 21세에 동메달을 딴 김택수 현 남자대표팀 감독을 넘어 역대 한국 남자 단식 최연소 세계탁구선수권 메달리스트로도 기록됐다.

27일 세계탁구선수권 8강전에서 장우진을 상대로 공격을 성공하고 기뻐하는 안재현. [사진 대한탁구협회]

안재현의 기세가 무섭다. 세계 157위 안재현은 본선 배정을 받지 못해 예선부터 경기를 펼쳤다. 그런데 본선에 올라와서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선수들을 차례로 꺾었다. 1회전(128강)에선 세계 14위 웡춘팅(홍콩)을 4-0으로 완파하고 기세를 올렸다. 이어 2회전(64강)에서 153위 트룰스 모어가르트(스웨덴)를 4-2로 꺾은 안재현은 32강에서 29위 다니엘 하베손(오스트리아)을 4-2로 누르고 승승장구했다. 이어 16강에서 일본의 16세 '탁구 천재' 세계 4위 하리모토 도모카즈를 4-2로 제압하면서 8강까지 올라서고 대회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8강에서 안재현은 한국 탁구의 간판으로 뜨고 있는 장우진을 상대했다. 장우진의 세계 랭킹은 10위. 그러나 안재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 내내 치열했다. 1·2세트에서 연달아 듀스 접전이 펼쳐졌다. 시소 게임을 펼치던 경기는 마지막 7세트에서도 듀스 게임이 펼쳐졌다. 승부는 막판 갈렸다. 7세트 10-10에서 장우진의 백핸드 실수로 안재현이 리드를 잡았고, 마지막 드라이브 대결에서 안재현이 앞서면서 승부가 끝났다.

27일 세계탁구선수권 8강전에서 장우진을 꺾고 기뻐하는 안재현. [사진 대한탁구협회]

성인 대표팀에 처음 나서 첫 세계선수권에서 '큰 일'을 낸 안재현은 결승 진출까지 노린다. 한국 탁구가 세계선수권 남자 단식에서 결승까지 오른 건 2003년 파리 대회 주세혁(한국마사회)이 유일했다. 안재현은 27일 세계 16위 마타아스 팔크(스웨덴)와 결승행을 놓고 겨룬다. 여기서 이기면 마룽(11위)-리앙징쿤(9위)의 승자와 우승을 놓고 겨룬다. 한국 남자 탁구 막내의 이 기세라면 결승 진출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