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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률 -0.3%…한계 확실해진 소득주도성장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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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이 -0.3%를 기록했다. 2017년 4분기(-0.2%) 이후 5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쇼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1.8%를 기록해 올해 2.6% 성장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든, 일 년 전과 비교하든 약 10년 만에 가장 나쁜 실적이다.

역성장의 주요 원인은 교역 감소와 투자 부진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세계 교역량이 줄면서 전기 대비로 수출이 -2.6%, 수입이 -3.3%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력 산업들이 가격 하락과 수출 물량 감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설비투자가 -10.8%, 건설투자가 -0.1%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의 최저다.

더구나 통계청의 2018년 가계동향조사 결과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전년 대비 0.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수출과 투자, 소비 등 성장을 이끌어야 할 요인들이 모두 꽉 막힌 형국이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거대한 실험이 과연 유효한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소득주도 성장은 애초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를 이끌어 결국 투자와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가계 가처분 소득은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는 1%가량 증가했지만, 1인 가구를 포함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월 500만~600만원 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가구의 소비지출이 동반 감소했다. 기업의 고용이 줄고 투자가 감소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은 오히려 쪼그라들었고 주 52시간 근로는 정보기술(IT) 등 일부 기업이 갖고 있던 경쟁력을 그나마 떨어뜨렸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외쳤지만, 현장에선 ‘반기업, 친노동’ 분위기가 판치며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 복지와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세금 퍼붓기도 이제 동력이 떨어져 민간 활력을 저하시킬 뿐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라고 해서 결과가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경제가 기계라면 정책은 매뉴얼이다. 쇼크 수준으로 나온 성장률 수치는 이 정부가 추진해온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매뉴얼이 잘못이라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 이제 경제가 침체되는 걸 떠나 기계 자체가 멈추지 않을지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긴급관계장관회의 뒤 ‘추경과 경기 활력 방안’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기계의 문제를 제대로 살피기보다 윤활유만 더 퍼붓겠다는 소리다. 문제를 모르는 건지 알고도 외면하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