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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범죄자 1명 의료비 연 146만원…좋은 약 못 쓴다"

중앙일보

입력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에서 조성남 원장이 22일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에서 조성남 원장이 22일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월 제9대 국립법무병원장으로 취임한 조성남(62) 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정신질환 범죄 심리 분석가다. 조 원장은 고려대 의과대를 졸업한 뒤 1988~99년 국립법무병원(당시 이름은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특수치료과장·일반정신과장으로 일하다 국립부곡병원장과 을지대 강남병원장 등을 지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인터뷰

 조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국립법무병원에 정신과 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15명 정원인 정신과 전문의는 현재 7명만 일한다. 전문의가 없어 병상 1200개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병원 소재지가 대도시가 아닌 데다 월급도 민간 병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급여가 제일 큰 문제”라며 “월급이 너무 적어서 정신 감정이나 연구에 따른 수당을 추가해달라고 기획재정부나 법무부에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지난 3월 인근 대전에 있는 식당에 후배와 제자들을 불러 모아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아직 생각이 없다”였다.

 지난 17일 경남 진주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안인득(42)도 곧 국립법무병원에서 한 달간 정신 감정을 받게 된다. 이 병원에는 현재 재소자(환자)가 1091명 있다. 정신과 전문의 1인당 156명을 봐야 하는 셈이다. 올해 예산은 388억2700만원으로 이중 인건비가 76.3%(296억3000만원)를 차지한다. 진료에 드는 예산은 16억원으로 환자 1인당 146만원 수준에 그친다.
 조 원장은 “치료는 하지 말고 약만 주라는 예산 수준”이라며 “의료비 중 6억~7억원을 차지하는 약값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눈치를 보느라 효과가 좋은 신약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약은 1차와 2차, 3차 구조로 나뉘어 있다. 가령 A라는 정신 질환에 1차 약이 듣지 않으면 2차,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3차 약을 쓴다. 그는 “3차 약은 최근에 개발된 신약으로 약값이 비싸기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되도록 1차 약을 처방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립법무병원 의사 수는 치과 등 다른 전공 의료진도 포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립법무병원 의사 수는 치과 등 다른 전공 의료진도 포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 원장은 “국립법무병원에 올 정도면 중증 정신질환자인데 그럴수록 최신 기자재로 진료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일반 병원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질환은 약 처방 이외에 상담도 중요한데 의료진이 부족하니 환자 중 3분의 1은 기계적으로 약만 주고 치료가 아닌 관리만 하는 수준이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는 환자 관리도 직원 수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원장은 “각 지역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인계해야 하는데 재소자 중에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어진 경우 병원 직원들이 직접 한다”며 “인력 소모로 내부 환자 치료는 더욱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민간 병원의 3분의 2 정도 정신과 전문의 급여를 맞춰준다면 우수 인재를 데려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자 정신 분석을 하고 치료하는 게 다른 데서 경험하기 힘들다. 정신의학 연구에 좋은 기회일 수 있다”며 “학문적 욕구가 있는 인재들을 영입할 여건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예를 들었다. 그는 “일본의 범죄 심리 정신과 의사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들어가 연구를 계속한다. 국제적으로도 기회가 생긴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30년 가까이 정신질환 범죄자를 연구하면서 종교 망상에 사로잡혀 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치료를 받고 상태가 좋아지면서 자신의 죄를 반성하더라”며 “치료감호소에서 악기를 다루면서 상태가 호전돼 출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을 나가서도 10~20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국가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주=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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