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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우울한 전망, 오늘 하루만 4건 쏟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국내 주요 경제 분석기관들이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세계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 침체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성장ㆍ수출 등의 악화 가능성을 걱정하는 보고서가 이날 4건이나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201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하며, 내년에도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기 둔화 영향이 반도체 경기를 통해 증폭돼 나타났다”며 “국내 경기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특히 LG경제연구원은 아마존ㆍ마이크로소프트ㆍ구글 등 세계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일단락된 점이 반도체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가 꺾이면 반도체 경기 반등은 당분간 어려운 만큼,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은 이와 함께 “6조∼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논의되고 있지만,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0.1%포인트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해 올해부터 인구가 자연 감소하면서 민간소비 증가는 지난해 2.8%에서 올해 2.5%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경기 하향 우려에 건설투자 위축은 계속되고, 수출둔화에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중국ㆍ아세안 경기가 내리막으로 접어들면서 한국이 수출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1일 ‘차세안 리스크 확대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6%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떨어지는 등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아세안 국가들은 악재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말레이시아 성장률은 0.31%포인트, 인도네시아는 0.25%포인트, 태국은 0.19%포인트 내려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은 중국과 아세안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 지역 경기 우려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한국의 중국과 아세안 10개국에 대한 교역의존도는 2009년 32%에서 2018년 38%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7%, 아세안 10개국은 17%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국ㆍ아세안 경기둔화에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둔화했으며, 특히 대(對)중국 수출증가율이 빠르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박병걸 과장과 노민재 조사역의 ‘세계 성장과 교역 간 연계성 약화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도 비슷한 주문을 담았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성장률과 상품교역 증가율이 상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관계로 전환했다”며 그 배경으로 글로벌 분업체제 약화와 지식집약화 진전 등을 들었다.

보고서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대외부문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중간재 수출 중심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경기가 좋아진다고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이 덩달아 좋아지는 구조가 더는 아니다 보니, 수출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보고서는 ‘스마트 공장’ 조성 등을 통해 창의성과 혁신성이 높은 신제품을 일괄 생산하는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5%로 낮췄다. 1년 새 네 번이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등 금융계의 경제 전망기관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상반기 영업이익 설문조사.

한국경제연구원의 상반기 영업이익 설문조사.

상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위축 등으로 기업들은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3월 27일부터 4월 8일까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비금융)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에 기업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상반기 매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은 33%, 변동 없음이 46.4%, 증가는 19.8%였다. 영업이익 감소 답변은 36.3%, 변동 없음은 41.9%, 증가는 21.8%였다. 답변을 단순 평균하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상반기보다 각각 3%·1.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계획보다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답변은 27.1%, 비슷은 57.7%, 개선은 15.2%였다. 영업이익의 감소 배경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 내수위축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60.3%)가 꼽혔다  이어 원자재와 인건비 등 비용 확대(26.5%), 주력 제품 가격 하락(7.3%), 신산업 투자비용 증가(2.6%) 등의 순이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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