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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가면' 있던 김학의 사건 그 별장 "들어가니 궁궐이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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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랑 풀 심어 놓으니 잘 안 보이잖아. 들어가면 궁전 같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정모씨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유력 인사를 초대했다고 알려진 별장을 이렇게 기억했다. 윤씨는 현재 검찰 ‘김학의 수사단’에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3~4년 전 여름 윤씨의 딸 결혼식에 초대받아 별장에 직접 들어가 봤다고 했다. 정씨는 “그때 윤씨가 마을회관 방송으로 초대를 해서 마을 주민이 30명 넘게 갔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67)은 “1층이 식당, 2층이 노래방, 3층이 응접실이고 바닥은 대리석이라고 했다”며 “호화스러운 별장이었다”고 전했다.

15일 낮 12시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소유했었다고 알려진 별장 앞을 찾아갔다. 좌측에 보이는 대문 양옆으로 소나무 등이 높이 우거져 있어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내부에 별장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편광현 기자

15일 낮 12시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소유했었다고 알려진 별장 앞을 찾아갔다. 좌측에 보이는 대문 양옆으로 소나무 등이 높이 우거져 있어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내부에 별장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편광현 기자

강원도 원주에 있는 해당 별장 주변은 온통 나무와 수풀이었다. 지난 15일 찾아간 별장의 대문 주위는 5m 정도 높이의 나무가 심어져 별장을 가리고 있었다. 주소를 모른다면 이곳에 별장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나무숲에 파묻혀 겨우 보이는 대문 너머 갈색빛 별장 건물 한 채와 별장 안으로 이어진 오솔길만 보일 뿐이었다. 내부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주변 산에 올라가 별장이 있는 곳을 내려다보니 별장 건물 여섯 채와 수영장 두 곳, 정자, 모형 풍차 등이 보였다. 건물 관련 기록을 보면 별장을 지은 토지 면적만 6826㎡(약 2065평)에 달했다. 수영장의 물은 다 빠져 있고, 야외테이블 역시 전부 구석에 정리돼 있어 현재 별장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부론면 부동산을 거래한다는 공인중개사 이모씨에게 별장 시세를 물어보자 “대지만 최소 16억원 정도고, 건물 여섯 동도 새로 지으려면 20억원은 들 것이니 최소 30억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2016년 별장이 이어진 토지와 별장 건물 여섯 채 중 네 채가 법원 경매에 나왔을 때 감정가는 총 35억원이었다. 윤씨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별장 네 채는 당시 경매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이들이 윤씨의 지인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여섯 채의 별장 건물 중 ‘김학의 동영상’ 속 배경이 된 곳도 보였다. 2013년 처음 성접대 의혹이 일었을 당시 김 전 차관이 이곳에서 윤씨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이 별장을 압수수색하면서 동물 가면을 포함한 18점의 가면을 발견했다고 한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사이에 오고 간 공문에는 이 가면에서 남성 6명, 여성 3명의 DNA를 확보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이 DNA가 김 전 차관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동의하지 않아 DNA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학의 동영상이 촬영된 곳으로 알려진 별장 건물. 2016년 법원 경매에 공개됐던 모습이다. 인터넷 캡처

김학의 동영상이 촬영된 곳으로 알려진 별장 건물. 2016년 법원 경매에 공개됐던 모습이다. 인터넷 캡처

주민들은 최근에는 윤씨를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에 사는 B씨(71)는“예전에는 금요일마다 여자들이 왔다고 하는데 그냥 높은 사람들 많이 왔다 가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다”며 “최근에는 사람이 오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변모(63)씨 역시 “원래도 나무에 가려 있어서 별장 자체가 잘 안 보인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윤씨는 여기 안 온다”고 전했다.

별장 내부에 있는 모형풍차. 현재 풍차는 돌아가지 않는 상태였고, 수영장의 물은 빠져있었다. 편광현 기자

별장 내부에 있는 모형풍차. 현재 풍차는 돌아가지 않는 상태였고, 수영장의 물은 빠져있었다. 편광현 기자

취재 중 만난 별장 관리인은 “아무도 없으니 별장 주변에 있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나는 윤중천을 모르지만, 아는 분이 부탁해서 일을 도와주는 것뿐”이라고 설명 했다. 본인을 고용한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지난 4일 윤씨의 집, 사무실과 함께 이 별장을 압수 수색했다. 2013년 3월 이후 두 번째다.

윤씨는 별장 성접대와 별개인 사기·알선수재·공갈 등의 혐의로 17일 체포됐다. 검찰 수사단은 18일 밤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윤씨는 사기·공갈 혐의와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까지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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