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스텔스기 공동개발을 놓고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단 한 번도 외국에 넘기지 않았던 F-35 스텔스기 설계 기밀을 일본 측에 제공할 의사를 밝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외국에 넘기지 않았던 스텔스기 기밀 제공 파격제안 #지난달 말부터 협의 시작…日 연내 개발방향 정해 #록히드마틴 'F-22 기체+F-35 항전장비' 모델 제안 #트럼프-아베 정부, 밀월 관계도 작동한 듯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일동맹이기 때문에 가능한 파격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간의 밀월 관계도 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런 제안도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2035년부터 퇴역을 시작하는 F-2 전투기(미·일 공동개발, 현재 90대 보유)의 후속기 개발을 선언했다. 개발비만 약 2조 엔(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공동개발하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비(8조8304억원)의 배가 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 영국 등 유럽 국가들도 공동개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영국 BAE시스템즈는 일본 측에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이전’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F-35의 엔진 등 부품이나 미사일을 제어하기 위해 기체에 탑재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밀 해제 의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제공은 소스코드, 즉 설계도를 넘기겠다는 의미다. F-35 개발에는 9개국이 참여했지만, 핵심 기술은 모두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록히드마틴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 스텔스기인 F-22 기체에 F-35 항전장비를 탑재한 신형 전투기 공동개발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 F-22 전투기는 이미 생산이 종료된 만큼 공동개발할 경우 세계 최고 성능의 스텔스기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국방비 경감 방안으로 일본과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요미우리는 “양국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미국 측 제안을 놓고 본격 협의에 들어갔다”며 “일본 정부는 (미국 측 제안의) 채용 여부를 포함해 연내 개발 방향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공동개발에 나설 경우 엔진 등 핵심 부품에 일본산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당초 F-2 후속기는 일본 자체 개발로 추진됐다. 그러나 개발비용이 너무 크다며 재무성이 난색을 표한 까닭에 국제 공동개발과 해외 직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한 상황이다. 자민당 내 국방족은 일본 항공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국산 개발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F-35 추가도입도 정상진행=일본 정부는 최근 항공자위대의 F-35A 전투기 추락 사고에도 불구하고 F-35 추가도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산케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올여름 결정하는 내년도 예산안에 F-35 추가 도입분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내년에 F-35A와 F-35B를 모두 합쳐 10여 대 더 들여올 계획이다. F-35 도입사업 전체 규모는 총 105대다. 단거리 이륙과 수직 착륙이 가능한 F-35B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즈모급 호위함 2척의 갑판을 개조해 F-35B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실제 항공모함 전력화에는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