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조지아주 내셔널 오거스타. 제83회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갤러리들의 축하 인사를 뒤로 한 채 누군가를 찾으러 움직였다. 그는 그린 주변에 있던 아들 찰리를 보고 한동안 꼭 끌어안았다. 2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을 때 아버지 얼 우즈를 안았던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이었다.
우즈 마스터스 우승에 조명받은 '이 장면'
우즈의 우승은 인간 승리로 꼽힌다. 한때 세계 최고의 스타로 조명받았지만 각종 스캔들과 부상, 수술 등으로 재기가 힘들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가족이었다. 우즈는 재활 과정에서 딸 샘(12), 아들 찰리(10)와 함께 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 상에서 비교적 자주 노출해왔다. 냉철한 승부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달라진 것도 두 아이들 덕이었다. 두 아이는 전 아내 엘린 노르데그렌(스웨덴)과 사이에서태어났다. 지난해 9월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우즈는 "내가 골프를 치면서 아파한 것을 본 아이들에겐 오랫동안 골프가 고통과 동일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아이들도 골프에서 기쁨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7개월 뒤 우즈가 그토록 꿈꿨던 마스터스에서의 우승을 확정한 뒤에 두 아이는 말할 나위 없이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 모습에 야후스포츠 등 미국 매체들은 아들 찰리, 딸 샘과 안는 우즈의 모습을 22년 전 마스터스 우승 당시 아버지 얼 우즈와 아들 타이거 우즈의 포옹 장면을 떠올렸다. 당시 얼 우즈는 심장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극적으로 건강을 되찾고, 아들이 마스터스 우승컵을 품에 안는 장면을 보곤 18번 홀 그린 옆에서 감격의 기쁨을 나누면서 감동적인 장면을 보였다. 아버지 얼 우즈는 지난 2006년 전립선암으로 별세했다. 야후스포츠는 이 장면을 "그때 아들과 아버지였다면, 지금은 아버지와 아들이다(It was son and father. And now father and son)"고 표현했다.
아버지는 없었지만 어머니 쿨티다는 현장에서 또한번 기쁨을 함께 맛봤다. 우즈는 찰리를 포옹한 뒤 두 번째로 어머니와 끌어안고 한동안 진한 기쁨을 나눴다. 우즈는 "지금도 어머니가 이 곳에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