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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논란, 손절매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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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원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원배 사회팀장

김원배 사회팀장

논란이 되는 불법성 여부를 떠나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얘기다. 공개된 이 후보자의 재산 내역에 따르면 전체 재산 46억6000만원 중 76%가 주식이다. 이 후보자 본인이 6억6000만원, 남편이 28억8000만원어치를 보유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지난달 31일 밝힌 내용을 보자. 김 의원이 “헌재 재판관이 되면 주식을 처분할 것이냐”고 사전 질의하자 이 후보자 측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당장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헌법 재판이 지니는 중대성과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임명 즉시 처분하겠다”고 하는 게 온당했을 것이다. 지난달 말 공개된 헌재 재판관의 재산변동 내역을 살펴보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없다.

이 후보자는 “주식 투자는 남편이 알아서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일부에선 “남편이 한 일 때문에 왜 이 후보자가 비판받아야 하느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그건 이 후보자 본인 명의 주식이 없었을 때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등에서 주장하는 대로 미공개 정보로 수익을 올리거나 손실을 줄였다면 결국 이 후보자에게 이익이 간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 본인 명의 주식이 없었다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의혹이 증폭되자 이 후보자는 지난 12일 본인 명의로 된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헌재 재판관이 되면 남편 주식도 처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미공개 정보로 주식투자를 했다는 의혹은 지금 주식을 처분했다고 해소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 이 후보자 부부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라 이 문제는 수사기관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청와대가 이대로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후보자는 재판관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 헌재라는 조직에도 큰 부담이 된다. 2017년 8월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주식투자 문제로 사퇴한 이유정 변호사는 지난달 불구속기소됐다. 사안이 똑같지는 않지만 이 후보자나 남편이 기소된다면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 후보자 입장에서 헌재 재판관이 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일 것이다. 하지만 임명권자나 헌재에 누가 된다면 스스로 합당한 선택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성 헌재 재판관이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명분이지만 그 사람이 꼭 이미선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이번 헌재 재판관 임명은 문 대통령의 몫이 아닌가.

기관투자가는 주가가 일정 부분 하락하면 ‘손절매’를 하는 게 원칙이다. 그 종목의 주가가 다시 오를 수 있지만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게 위험 관리의 핵심이다. 어쩌면 청와대나 이 후보자나 지금이 손절매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 후보자의 거취와는 별개로 대법원은 판사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모든 법관은 재산등록 의무자다. 하지만 재산 공개 대상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이다.

이 후보자의 경우 지법 부장판사였기 때문에 재산은 등록하지만 공개 대상은 아니었다. 행정부가 기본적으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상이 적은 편이다. 지법 부장판사급 이하라도 보유 주식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내역을 공개하는 것도 검토할만 하다.

김원배 사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