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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870만 우주강국 이스라엘, 세계 최초 민간 무인 달 착륙 실패

중앙일보

입력

 인구 870만 명의 ‘우주 강국’ 이스라엘이 민간 달 탐사 시대의 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인 항공우주산업(IAI)의 오퍼 도론 우주총괄팀장은 12일 오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달 착륙선 베레시트가 달 지표면에 추락, 착륙 지점에서 산산조각이 났다”고 발표했다. 베레시트는 우주궤도에 오른 뒤 47일 동안 지구를 수차례 회전하면서 달의 중력을 이용해 접근, 달 표면 ‘고요의 바다’ 지점에 착륙을 시도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실패했다. 도론 팀장은“불행하게도 착륙 직전 베레시트의 엔진이 꺼졌다”며 “실패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레시트(Beresheet)는 이스라엘의 비영리 민간단체 스페이스IL이 만든 달 착륙선이다.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베레시트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베레시트가 이번 달 착륙에 성공했다면, ‘민간 최초의 달 착륙’기록과 함께 미국ㆍ소련ㆍ중국에 이어 달 탐사선을 착륙시킨 네 번째 국가가 됐을 것이다.

스페이스IL측은 그러나“불행하게도 착륙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달 궤도에 진입한 7번째 국가가 됐고, 달 표면에 도달한 4번째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착륙 실패 장면을 지켜본 뒤 “우리는 다시 시도할 것”이라며 “우리는 달에 도달했지만, 좀 더 편안하게 착륙하길 원했다. 이건 다음번을 위한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스라엘의 민간 달 착륙선 베레시트가 착륙 시도 중 고도 22km 지점에서 찍은 사진. [사진 스페이스IL]

이스라엘의 민간 달 착륙선 베레시트가 착륙 시도 중 고도 22km 지점에서 찍은 사진. [사진 스페이스IL]

히브리어로 창세기라는 뜻의 베레시트는 무게 585㎏ㆍ폭 2mㆍ높이 1.5m의 ‘식기세척기’ 크기로, 다리가 네 개 달려 있으며 역대 달 탐사선 가운데 가장 작다. 베레시트에는 달 자기장 측정 장치가 달려있으며, 성경과 함께 이스라엘 국기, 국가를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육성 증언이 담긴 CD가 실려있었다.

스페이스IL은 2011년 엔지니어 3명이 설립한 단체다. 구글의 민간 달 탐사 경연대회인 ‘루나X프라이즈’에 참가하면서 총 1억 달러의 기부금을 마련해 베레시트를 제작했다. 구글은 탐사선을 2017년  12월31일까지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 영상과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데 20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지만, 스페이스IL을 포함, 어떤 단체나 민간기업도 구글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이스라엘 달 착륙선 베레시트가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이스라엘 달 착륙선 베레시트가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인구가 870만명밖에 안되는 소국(小國)이지만, 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우주 강국이다. 1960년대부터 로켓 개발을 시작했고, 1988년 자국 기술로 인공위성 발사체 샤빗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 세계 8번째 자력 인공위성 발사국이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처럼 우주정책과 이행을 전담하는 정부 조직(ISAㆍIsrael Space Agency)까지 두고 있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은 중동 적국들이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환경 때문에 일찌감치 로켓과 위성 개발에 주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스페이스IL과 같은 민간단체가 정부 예산 지원도 없이 자본을 모아 우주 탐사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우주산업에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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