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나날이, 다달이, 철철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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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취월장이 뭔지 알죠?”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난감하다. 나만 모르는 줄임말인가 의심부터 들어서다. 인터넷엔 ‘일찍 취업해 월급 모아 장가가자’ ‘일요일에 취하면 월요일에 장난 아니다’는 언어유희가 떠돈다. 일취월장(日就月將)은 ‘시경’에서 나온 말이다. 나날이 다달이 자라거나 발전함을 이른다.

얼마 전 일취월장의 뜻풀이에 나온 ‘다달이’가 화제가 됐다. 한 교양 프로그램의 문제로 출제되면서다. 달마다를 이르는 말로 ‘달달이’를 정답으로 꼽은 사람이 많았지만 ‘다달이’로 표기하는 게 바르다. 매일매일을 이르는 ‘나날이’도 ‘날날이’로 사용하지 않는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때 ‘ㄹ’ 소리가 나지 않으면 안 나는 대로 적는다는 맞춤법 제28항에 따른 것이다. ‘ㄹ’ 받침을 가진 말이 합성어나 파생어를 형성할 때 ‘ㄹ’ 받침이 발음되지 않게 바뀌었다면 바뀐 대로 표기한다는 얘기다. 대체로 끝소리 ‘ㄹ’은 ‘ㄴ, ㄷ, ㅅ, ㅈ’으로 시작하는 말 앞에서 탈락한다. 따님(←딸+님), 차돌(←찰-+돌), 화살(←활+살), 바느질(←바늘+질) 등과 같이 쓰인다.

‘날’은 ‘ㄴ’으로, ‘달’은 ‘ㄷ’으로 각각 시작하는 말이므로 ‘날날이’ ‘달달이’가 아니라 그 앞의 받침 ‘ㄹ’이 탈락해 ‘나날이’와 ‘다달이’가 된다. 돌아오는 철마다를 뜻하는 ‘철철이’의 경우는 이와 다를까? ‘ㄹ’ 받침 뒤에 ‘ㅊ’으로 시작하는 말이 왔으므로 앞의 ‘ㄹ’을 탈락시키지 않고 그대로 ‘철철이’라고 표기한다. 한자 ‘불(不)’이 첫소리 ‘ㄷ, ㅈ’ 앞에서 ‘부’로 읽히는 말의 경우도 바뀐 대로 적는다. 부당(不當), 부조리(不條理), 부주의(不注意)와 같이 쓰인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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