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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세먼지 해소 돕고 싶어요" 서울에 나무심기 나선 중국 유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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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나무심기봉사에 참가한 학생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서울글로벌센터가 마련한 식목행사엔 중국유학생 36명과 한국 대학생 26명이 함께했다. 고석현 기자

식목일 나무심기봉사에 참가한 학생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서울글로벌센터가 마련한 식목행사엔 중국유학생 36명과 한국 대학생 26명이 함께했다. 고석현 기자

“‘한국의 미세먼지는 중국 탓’이라는 뉴스를 봤는데 전문지식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나무 심기가 한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만난 중국 유학생 진정(25 ‧인하대 대학원)씨의 말이다.

한·중 대학생 함께 "미세먼지 해결" #상암동 노을공원서 나무심기 나서 #"누구 탓 말고 해결방법 찾았으면 … "

한국생활 4년 차인 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한국 식목일 나무 심기 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진씨는 “최근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숨쉬기 힘들 정도였다”며“누구 탓을 하기보다는 두 나라가 같이 미세먼지 해결방안을 찾으면 좋겠다”고 참가 동기를 설명했다.

식목일인 이날 오후 2시 노을공원 주차장은 나무를 심으러 온 시민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 풀무원·LGU+·보스톤사이언티픽 등 기업 단위 참가자들이었다. 강덕희 노을공원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오늘만 기업·단체 참가자 170여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와 서울글로벌센터가 마련한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엔 중국유학생 36명과 한국 대학생 26명이 함께했다. 센터는 지난해부터 중국 베이징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공동 실천’으로 식목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엔 3월 21일 베이징에서, 4월 5일 서울에서 각각 나무 심기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 베이징에서는 별다른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날 열린 식목행사에 중국 유학생들은 서울글로벌센터의 봉사활동 모집공고를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두 나라의 골칫거리가 된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갖고서다.

노을공원은 옛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 자리에 세워졌다. 그래서 토양의 수분이 늘 부족하다. 고석현 기자

노을공원은 옛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 자리에 세워졌다. 그래서 토양의 수분이 늘 부족하다. 고석현 기자

나무를 심기 위해 땅을 파니 까만 폐비닐에 들어 있는 다양한 쓰레기가 나왔다. 고석현 기자

나무를 심기 위해 땅을 파니 까만 폐비닐에 들어 있는 다양한 쓰레기가 나왔다. 고석현 기자

노을공원은 옛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 자리에 만들어졌다.  땅에 삽을 내리꽂자 까만 폐비닐부터 색 바랜 노란 노끈 따위가 나왔다. 유독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나무 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세워놓은 묘목이 넘어지고 또 넘어지길 수차례. 나무 심기는 한 시간 만에 준비해간 묘목 70여 그루를 다 심으며 끝났다.

도토리가 발아돼 토양에 자리잡도록 만든 '도토리 씨드뱅크'. 고석현 기자

도토리가 발아돼 토양에 자리잡도록 만든 '도토리 씨드뱅크'. 고석현 기자

알리페이로 나무를 키우고 있는 중국 유학생. 알리페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동할 때 포인트를 주는데, 이 포인트로 나무 한 그루를 키워내면 실제 중국 사막에 있는 나무를 분양해준다. 고석현 기자

알리페이로 나무를 키우고 있는 중국 유학생. 알리페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동할 때 포인트를 주는데, 이 포인트로 나무 한 그루를 키워내면 실제 중국 사막에 있는 나무를 분양해준다. 고석현 기자

이날 만난 중국 유학생들은 나무를 실제 심어보는 경험이 뜻깊었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생태공학을 전공하는 한흐어위안(23‧고려대)씨는 “땅속에서 쓰레기가 계속 나와 나무 심기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강의실에서 이론으로만 배우다가 현장에서 실천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다른 유학생 정모씨는 “알리페이의 마이썬린(蚂蚁森林 개미숲, Ant Forest)에 나무 세 그루를 키우고 있는데, 직접 나무를 심어보니 게임 속 세계와는 아주 다르고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리페이는 중국기업 알리바바의 결제시스템이다. 알리페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동할 때 포인트를 부여해 가상의 나무를 키우는 게임(마이썬린)을 운영하고 있다. 이 게임에서 나무 한 그루를 키워내면 알리바바가 실제 중국 사막에 있는 나무를 분양해준다. 미세먼지와 사막화 저감을 위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다.

중국 유학생 양청(24·고려대 경제학과)씨는 “중국에서 나무를 심어 본 적은 없지만, 올해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처음으로 나무 심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내가 중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내가 한국에 심은 나무는 계속 남아 한국의 미세먼지를 줄여줄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고석현·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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