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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공간으로부터" 대기업 헤드쿼터는 변신 중

중앙일보

입력

한화그룹이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을 올해 9월 완공 목표로 리모델링 중이다(왼쪽). SK그룹도 종로구 SK서린빌딩 내부를 공유오피스로 재단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화그룹이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을 올해 9월 완공 목표로 리모델링 중이다(왼쪽). SK그룹도 종로구 SK서린빌딩 내부를 공유오피스로 재단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주요그룹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빌딩이 속속 새 단장을 하고 있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목도했던 이 빌딩의 새단장은 한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들 건물은 그룹 총수의 새로운 비전과 철학을 담아 재탄생한다.
올해 만 32살이 된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981년 취임하고 6년여 뒤인 87년 10월 문을 열었다. 재계에서도 가장 이른 나이(29세)에 그룹 총수를 맡은 김 회장은 한화호텔&리조트의 전신 정아그룹 인수(85년)와 지금의 한화갤러리아인 옛 한양유통을 인수(86년)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준공 당시 지금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있는 옛 쁘렝땅백화점(장교빌딩)과 함께 을지로의 대표 랜드마크였다. 한화빌딩은 김승연 시대 서막의 산물인 셈이다.

한화빌딩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작업자의 모습. 태양광 패널 477장은 건물 2개 층의 조명을 켤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김경록 기자

리모델링이 한창인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리모델링 외관 모습. 김경록 기자
한화빌딩은 기존 주황색 창호에서 흰색 커튼월 구조로 재단장 중이다. 김경록 기자

이 빌딩이 한창 리모델링중이다. 한화빌딩 리모델링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이고 있는 한화큐셀의 태양광 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건물 외벽에 태양광 패널 477장을 설치했다. 건물의 근본 구조도 바뀐다. 재개장을 5개월여 앞둔 현재 한화빌딩에선 노후한 외벽을 헐고 커튼월(통유리벽) 구조물을 붙이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층과 층 사이를 잇는 커튼월 총 2530장이 빌딩 사방을 둘러싸게 된다. 준공 당시 한화의 상징이었던 주황색 외관을 벗고 네덜란드 건축 그룹 UN스튜디오가 제안한 흰색과 유리가 조화된 창호로 다시 태어나 시각적 변화도 크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준공 당시 쓰인 기존 H빔 골격을 보강하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완공 후에는 공유오피스 등 혁신적인 사무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SK서린빌딩은 사대문 안에서도 특히 눈에 띈다. 높이 160m로 종로구 안에서 가장 높다. 준공 당시엔 사대문 안에서 최고층이었다. 온통 검은색인 독특한 몸통 덕분에 준공 당시 세간에선 '기름 회사(SK가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한 것을 일컫는 말)다운 색깔'이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다.

SK서린빌딩 설계를 밭은 이는 잘 알려진 1세대 건축가 김종성이다.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이 건물을 올릴 당시 '풍수지리'를 고려해 불의 기운을 막고자 빌딩 기둥 하단에 '거북이 발'을 형상화할 것을 주문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92년 착공을 지켜본 최종현 선대 회장은 98년 타계해 끝내 준공을 보지 못했다.

SK서린빌딩의 리모델링 후 모습을 앞서 체험할 수 있는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 모습. 카페와 사무공간의 분리가 없는 자유로운 사무실로 꾸며졌다. 김경록 기자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외관 모습. 김경록 기자
SK서린빌딩의 리모델링 후 모습을 앞서 체험할 수 있는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 모습. 출근과 동시에 원하는 자리를 예약하는 공유오피스가 도입됐다. 김경록 기자
SK서린빌딩의 리모델링 후 모습을 앞서 체험할 수 있는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 모습. 카페와 사무공간의 분리가 없는 자유로운 사무실로 꾸며졌다. 김경록 기자

준공 후 만 20년 만에 SK서린빌딩 리모델링에 나선 SK그룹의 철학은 혁신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는 환경으로 업무 공간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철학이 담길 SK서린빌딩은 전형적인 사무공간을 벗고 구글·페이스북 본사 같은 자유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인근의 그랑서울로 임시 이주해 새로 바뀔 SK서린빌딩의 공유오피스를 앞서 체험 중인 SK그룹 관계자는 "매일 다른 부서의 새로운 사람과 만나며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에서 의견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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