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김병준 부총리' 수용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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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당초 오전 9시로 예정됐던 비상대책위는 30여분 연기됐다. 지도부 간에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바람에 김근태 의장 방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한 참석자의 전언에 따르면 일부 비대위원이 "국민이나 당내 의원 상당수가 (김병준 교육부총리 임명은)적절치 않은 인사라고 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지도 얼마 안됐는데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냐"고 했다. 그러자 김근태 의장이 나서 "지금은 당.정.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설득했다. 주말 내내 의견수렴 작업을 했던 김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는 회의 내내 곤혹스러워했다고 한다.

이들은 결국 공개회의를 열어 "행정부 인사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대통령이 결정하면, 당 지도부는 당정청의 원활한 협력과 발전을 위해 이견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결정에 협력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김병준 부총리 임명을 반대하는 의원들도 김씨 개인의 도덕성이나 능력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며 "김씨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게 언론에 보도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김 부총리 기용 방침이 알려진 이후 상당수 여당 의원들이 지도부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한 지도부는 청와대와 한명숙 총리에게 이를 알렸다. 그래서 한 총리 등이 3일 아침까지 개별 의원들에게 전화해 설득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 "당 깰 수는 없지 않나" = 김근태 의장은 수용 발표 이후 "이제 여러 소리가 나오면 국민이 걱정한다"며 공식적으로 의원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이어 비대위원(15명)등 지도부는 각자 할당된 의원들과 일일이 접촉하면서 진화를 위한 각개격파에 나섰다. 이들이 밝힌 의원들의 설득 논리는 발표 내용보다 솔직했다.

한 위원은 "지금 청와대와 다투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 불과 며칠 전 대통령과 당이 청와대에 모여 모처럼 '앞으로 잘해 보자'고 했는데 지금 다투면 국민한테 완전히 버림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당 분위기는 지도부의 봉합 노력이 먹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번 인사에 부정적인 수도권의 한 의원은 "개각만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기에는 시기가 적합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의원은 "김근태 의장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이제 또 한번 엄청난 민심이반의 대가를 당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근태 의장이 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그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됐다.

김정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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