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어비앤비 숙소서 몰카…“촬영물, 실시간 방송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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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한 에어비앤비 숙소 천장 화재경보기에서 불법촬영 카메라를 발견한 바커씨 가족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사진 바커 페이스북]

아일랜드의 한 에어비앤비 숙소 천장 화재경보기에서 불법촬영 카메라를 발견한 바커씨 가족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사진 바커 페이스북]

글로벌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미국의 한 숙소에서 숨겨진 불법촬영 카메라가 발견된 데 이어 아일랜드의 한 숙소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5일(현지시간)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앤드루 바커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14개월간의 유럽 일주 여행을 하던 중 아일랜드 코크의 한 에어비앤비 숙소에 짐을 풀었다.

IT 보안 전문가인 바커는 숙소 내 와이파이 네트워크 목록을 살피는 과정에서 집안에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숨겨진 카메라를 찾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숙소 내부를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 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이 영상을 토대로 거실 천장 화재경보기에 숨겨진 불법촬영 카메라를 찾아냈다.

황당한 일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의 부인 닐리는 에어비앤비 측에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지만, 별다른 사과나 해명 없이 숙박일로부터 14일 이내 예약을 취소하면 환불받을 수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후 숙소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불법촬영 카메라를 발견했다고 하자 주인은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걸고는 거실에만 설치했다는 식의 변명을 했다.

결국 바커 가족은 숙소를 인근 호텔로 옮기고 이튿날 에어비앤비 측에 다시 전화했다. 닐리는 “여전히 그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마치 예약 취소 정도 사안으로 다루는 듯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에이비앤비 측은 바커에게 해당 사안에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하고 문제 숙소를 목록에서 일시 삭제했다가 2주 후 문제가 없다며 해당 숙소를 목록에 다시 올렸다.

참다못한 닐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실을 알렸고, 뉴질랜드 현지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뒤늦게 해당 숙소를 목록에서 영구 삭제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CNN에 “우리는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전액 환불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도 침실에 설치된 화재경보기에 숨겨진 몰래 카메라가 발견돼 논란이 됐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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