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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대표 울자 기자들 퇴장···文,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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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참모를 책임지고 내보내달라."

이갑산(사진)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한 내용이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눈물로 화제가 된 문 대통령과 시민단체의 이날 회동에 참석한 이 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청년대표가 울어버리고 기자들이 퇴장당한 뒤, 문 대통령은 청년대표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며 간담회 뒷얘기를 들려줬다. 청년대표의 울음과 기자들의 퇴장으로 간담회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사회자가 두 차례 청년을 향한 격려의 박수를 유도하며 장내를 정돈했고, 문 대통령은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한 채 무겁고 진지한 표정으로 청년대표와 참석자들을 바라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갑산(가운데)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상임공동대표가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최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제공]

이갑산(가운데)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상임공동대표가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최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제공]

◇"대통령 눈과 귀 가리는 참모 내보내야"  

이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는 참모진을 강하게 질타하고 책임을 물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는데, 참모들은 어떻게 대통령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오판을 하게 만드냐"며 "그 참모가 누구인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그 사람들을 내보내지 못하고,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면 촛불 정권은 촛불에 타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의 조기 매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적폐청산이 길어지면서 이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 높아지고 있다"며 "이렇게 과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빨리 매듭을 짓고 미래를 향해 가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수와 진보 단체가 지난해 17개 광역시도를 돌면서 끝장 토론을 진행했다"며 "이 사회적 토론의 결과,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과정을 문 대통령께 설명 드리며 사회적 대화를 정부가 지원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수용적 태도…‘국정파트너’ 언급도

문 대통령은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수용적이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이) 어떤 건 받아적고 어떤 건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등 여유롭게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이었다"며 "문 대통령 "시민사회는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옳은 일에 박수치고 그른 일을 비판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본인도 시민운동을 했으니 그렇게 받아들이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시민단체를 '국정파트너'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 대표님이 (보수단체라) 간담회에 오시는데 망설여졌다는 말을 듣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범사련 뿐 아니라 모든 시민단체는 정부의 적이 아닌 국정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런 문 대통령의 태도에 "우리가 말한 것을 비판하거나 하지 않고 여유롭게 수용하는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비판의 날 무뎌져선 안돼" 지적    

이 대표에 따르면 이번에 청와대에 초청된 78개 시민단체 가운데 보수성향 10여개, 중도성향 10여개 등을 제외하고 50여개 단체는 모두 진보성향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들(진보단체)은 '개혁 속도가 느리다, 개혁 정도가 약하다'며 사실상 격려에 가까운 말을 했다"며 "평소 날선 비판을 하던 단체들의 비판의식이 무뎌진 것 아닌가 싶었다"고 지적했다.

범사련은 중도·보수성향의 267개 시민단체가 모인 연합체로 지난 2010년 결성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석연 후보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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