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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첫 장관 철회…커지는 조국 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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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야당의 반발을 산 장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오전 ‘해적 학술단체’ 참석과 외유성 출장 논란 등에 휩싸인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문 대통령이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또 발표 직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야당의 거센 공격을 받았던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조동호 지명철회, 최정호 사퇴 #차관 이상 고위직 11명째 낙마 #청와대 “국민 눈높이에 미흡” 사과 #황교안 “인사 검증 책임자 경질을”

두 후보자의 낙마는 3·8 개각 발표 후 23일 만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차관급 이상 고위직 낙마자는 11명이 됐다. 또 청문회 후보자 2명이 동시에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10명의 장관급 인사를 임명 강행했다. 하지만 이번에 조동호·최정호 후보자를 재빨리 정리한 것은 4·3 재·보선 등을 앞두고 조기에 민심을 수습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재개발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장관 후보자들까지 부동산 문제로 도마에 오른 게 큰 부담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43%)로 떨어진 것은 최근 일련의 부동산 논란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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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윤 수석이 브리핑에서 “(지명 철회 결정과 관련해) 여당과 협의가 있었다”고 밝힌 대목이 눈길을 끈다. 홍영표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9~30일 청와대 측에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한다. 당청 간 교감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정치적 파장이 적은 조동호·최정호 후보자가 낙마 대상자로 추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여당의 건의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그동안 청와대 우위의 국정운영 기조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아무래도 청와대보다는 당이 민심에 민감하다. 그동안 청와대의 인적 풀이 협소하다는 불만이 있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더욱 당이 적극적으로 민심을 대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통령 지지율이 50% 중후반대를 넘을 때는 야당이 반대하는 후보자를 임명 강행해도 큰 부작용이 없지만 현 지지율에선 밀어붙이기식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동호 해적학회 왜 검증 못했나…청와대 “본인이 밝히지 않으니…”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와 후보 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와 후보 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관 후보자가 2명이나 낙마하면서 야권에선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수석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실검증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윤 수석은 ‘이번 건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를 따로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윤 수석은 “조 후보자는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본인이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와 관련 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아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며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이 사전에 확인됐다면 후보 대상에서 제외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에 대해서도 윤 수석은 “집이 3채가 있던 것에 대해서는 (검증 과정에서) 나름 소명했다”며 “(다주택 소유가) 법적 기준이나 7대 원천배제 기준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자유한국당은 이날 낙마한 두 명의 후보자를 포함해 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7명 전원에게 ‘임명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윤 수석은 “현재로서는 (다른 후보자에 대한 추가조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5명의 후보자는 야당의 반대와 무관하게 임명을 강행할 뜻을 밝힌 셈이다. 인사청문회법상 문 대통령은 아무리 늦어도 4월 11일 이후엔 언제든지 5명을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이번 인사 참사에 대해 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인사검증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며 “나머지 5명은 낙마한 후보자들보다 더 많은 문제가 있다. 이들도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태화·이우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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