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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주부 노라, 15년 만에 돌아와 찾은 것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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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왼쪽부터 우미화와 서이숙. 두 사람은 더블캐스팅으로 노라 역을 맡았다. [사진 LG아트센터]

왼쪽부터 우미화와 서이숙. 두 사람은 더블캐스팅으로 노라 역을 맡았다. [사진 LG아트센터]

노라가 집으로 돌아왔다. 페미니즘 희곡의 원형으로 꼽히는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자아를 찾아 집을 떠났던 주인공 노라가 15년 만에 돌아왔다. 10~2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인형의 집 파트 2’에서다.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작품으로 201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 연극은 1879년 첫 선을 보였던 ‘인형의 집’의 속편 격이다. 2017년 토니 어워드의 작품상·연출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상영된 연극으로 선정됐을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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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닫고 나갔던 문으로 15년 만에 돌아온 노라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노라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배우 서이숙(52)과 우미화(45)를 만나 그 답을 물었다. 연습이 시작된 2월 말부터 노라로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여전히 노라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며 “계속 길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인형의 집 파트 2’에서 노라는 작가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 토르발트가 아직도 자신과의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법적 문제를 해결하러 돌아온 것이다. 작품 속에서 노라는 남편과 딸, 그리고 딸을 키워준 유모와 연이어 설전을 벌인다. 서이숙은 “변한 자와 변하지 않은 자의 부딪힘이다. 노라는 각 인물을 만날 때마다 부딪히고 또다시 벽을 느낀다. 특히 딸과 부딪히면서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극 중 노라는 딸에게서 “아무것도 나에게 해준 게 없다”는 원망을 듣는다. 이에 대한 노라의 대답은 이렇다. “내가 널 위해 만들려고 하는 세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들이 분석한 ‘인형의 집 파트 2’는 남녀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 아니다. “인간 대 인간의 소통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우미화는 “결혼 제도뿐 아니라 사람을 속박하는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며 “어떤 관계를 맺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궁극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서이숙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 주도적으로 살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좌지우지되곤 한다”면서 “타인과 진실되게 교감하면서 자기 주도적인 삶의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게 노라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TV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얼굴이지만, 본거지는 연극 무대다. 극단 미추 출신으로 2004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은 서이숙은 “연극은 내게 의무이고 의식”이라고 했다. 올해로 데뷔 22년 차인 우미화도 서울연극제 연기상(2011), 대한민국 연극대상 최우수 연기상(2013)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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