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인기 줄자 영재학교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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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자율형사립고학교장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인 '운영성과평가'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자율형사립고학교장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인 '운영성과평가'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는 반면, 영재학교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발표한 초등학교·중학교 학부모 7880명 설문조사 결과에서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5%였던 영재학교 선호도는 올해 23.6%로 8.6%포인트나 올랐다. 과학고 역시 지난해 14.1%에서 올해 18.2%로 4.1%포인트 상승했다. 영재학교는 최근 7년간, 과학고는 지난 2년간 선호도가 계속 올랐다.

 반면 자사고의 인기는 줄었다. 지난해 48.4%였던 자사고의 선호도는 올해 40.7%로 7.7%포인트 떨어졌다. 외국어고 4.2%포인트(16.6%→12.4%), 국제고 0.9%포인트(6.0%→5.1%) 등의 인기도 전년만 못 했다.

 이처럼 자사고·외고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영재학교·과학고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대학입시에서 이공계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영재학교 진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영재학교 출신들의 입시 실적이 높아진 것도 주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2017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중 영재학교 출신은 6.6%(214명)였는데, 2019학년도엔 8.8%(293명)으로 늘었다. 과학고 역시 같은 기간 3.6%(116명)에서 4.3%(143명)로 증가했다.

 두 번째는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난해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 이중지원이 가능해졌지만 자사고·외고의 존폐 자체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학부모들의 불안심리가 여전하면서 선호도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어린 자녀를 둔 초등학교 학부모 사이에서는 영재학교 선호도가 28.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사고(전국단위모집) 27.7%, 과고 23.0%, 외고 11.4% 등 순이었다. 반면 중학교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사고(전국)를 가장 많이 선호했다(33.5%), 다음은 영재학교 20.3%, 과고 14.9%, 외고 13.1% 등 순이었다. 임 대표는 “자사고·외고 관련 폐지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 한 학부모들의 선호도는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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