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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A/S] '한류 호미' 中짝퉁 우려에, 손잡이에 새긴 문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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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대장간의 한류호미 손잡이. 최고장인 석노기 라고 쓰여져 있다. 작은 도장이 보인다. 김윤호 기자

영주대장간의 한류호미 손잡이. 최고장인 석노기 라고 쓰여져 있다. 작은 도장이 보인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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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과 구분위해 손잡이에 '최고장인 석노기'라고 새겨 #보조 인력과 재료 준비돼 있어 5분에 호미 한 개 생산 #수작업 중 달궈진 쇳덩어리 내리찍는 메질기계 도움도 #

'장인정신 멋집니다.' -ag22*.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cmr5*.

영주대장간. 김윤호 기자

영주대장간. 김윤호 기자

지난 3월 21일 '한류호미' 대장장이 "韓 아줌마들이 아마존서 호미질 하는 줄"'이란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경북 영주대장간에서 만드는 호미가 '대박'을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보도 이후 독자들은 “자랑스럽다. 대박 나길"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①'짝퉁' 조심하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중국산' 짝퉁 영주대장간 호미가 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는 겁니다. 호미 제작 과정을 의심하는 글도 보였습니다. ②'한 개 만드는 데 30분 걸리는 호미. 혼자 하루 60개 만드신다니요. 잠 안 자고 만들어도 48개가 최대 생산량?.' -sugg*. 제작방법(수작업)을 궁금해 하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③'호미가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지 몰랐습니다.' -haid*.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실제로 팔리고 있는 영주대장간 호미.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능 좋은 원예 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개 가격은 16.89달러로 우리돈 1만9000원 정도다. [사진 아마존 캡처]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실제로 팔리고 있는 영주대장간 호미.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능 좋은 원예 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개 가격은 16.89달러로 우리돈 1만9000원 정도다. [사진 아마존 캡처]

①'짝퉁' 조심

'한류 호미'를 만드는 영주대장간은 나름의 방법으로 '짝퉁' 호미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미 장인 석노기(65)씨는 방법을 전부 공개하긴 어렵다고 합니다.

"제가 만든 호미가 아닌데, 해외에서 대량 생산된 짝퉁 영주 호미가 헐값에 팔릴 수도 있을 겁니다. 중국산 짝퉁 물건이 워낙 많으니까요. 그래서 호미 손잡이를 교체했지요. 지난해까진 손잡이에 '영주 스프링'이라고 상표를 사용했어요. 우리 호미의 주재료인 판 스프링을 앞세운 이름이지요. 올해 초부턴 영주스프링 대신 '최고장인 석노기'라고 손잡이에 넣어 수출하고 있습니다."

석씨의 설명은 계속됐다. "영주대장간에서만 찍을 수 있는 '도장' 같은 각인도 손잡이 한편에 찍어놨지요. 손잡이에 3개의 줄이 선명하게 각인된 것도 우리 호미의 특징이죠. 호미 재료가 좋고, 호미 날의 형태, 오래 써도 날과 손잡이가 분리되는 현상이 없는 튼튼함은 짝퉁 호미나 대량 생산한 해외 호미들이 따라올 수 없을 겁니다."

영주대장간의 가마 불. 쇳덩어리가 달궈지고 있다. 김윤호 기자

영주대장간의 가마 불. 쇳덩어리가 달궈지고 있다. 김윤호 기자

②30분 한 개, 하루 60개 생산 불가능?

호미 제작과정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먼저 가마 불을 지핍니다. 판 스프링을 재단합니다. 재단에 걸리는 시간은 3~4분입니다. 재단한 쇳덩어리를 가마 불에 집어넣습니다. 달궈진 쇳덩어리를 끄집어내서 메질합니다. 호미 날 아래쪽 손잡이 끼우는 부분을 가공하는 단계입니다. 4~5분이 걸립니다. 가마 불에 또 넣었다가 꺼내 망치로 메질하며 호미 날 부분을 만듭니다. 이 작업도 4~5분이 걸립니다. 또 가마 불에 넣어 달군 뒤에 빼 형태를 잡으며 나무로 만든 손잡이를 끼웁니다. '자루 박기'라고 하는데, 5분 정도가 걸립니다.

가마 불을 지피고, 쇳덩어리를 달구는 시간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 제작 시간만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호미 재단 전 길이를 보는 시간, 자루 박기 전 각도를 잡는 시간 등도 모두 빠진 시간입니다. 이를 다 고려한다면 호미 한 개 만드는데 총 30분 정도가 걸린다는 겁니다.

영주대장간 측의 설명입니다. "도와주는 분들이 있고 재료가 준비돼 있기 때문에 5분 정도에 호미 한 개가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만약 혼자 만든다고 해도 앞선 제작 과정 중 달궈서 두드려둔 호미 날이 있고, 재단 스프링이 있어 30분 걸리는 제작 시간은 계속 줄어 결국 하루 60개 이상 생산이 가능해집니다."

한류 호미를 만든 장인의 손이 화제다. 김윤호 기자

한류 호미를 만든 장인의 손이 화제다. 김윤호 기자

③수작업으로 만드는 한류 호미

수작업으로 만들어집니다. 일정한 틀이 있거나 호미 날을 깎고 가공하는 기계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석씨가 망치 등 도구를 들고 직접 두드리고 펴가며 호미를 완성합니다.

기계의 도움도 전혀 없진 않습니다. 절구처럼 생긴 메질 기계입니다. 그런데 역할은 스프링을 전기톱으로 자르듯, 순수하게 불에 달궈진 쇳덩어리를 내리찍는 기능뿐입니다. 그래서 초벌 메질 때만 씁니다. 한류 호미가 다른 대량생산 호미보다 튼튼한 비결은 장인이 정성스럽게 호미를 살피며 수작업으로 형태를 잡기 때문입니다.

‘한류 호미'를 만드는 영주대장간 석노기 대표가 가마 불에서 끄집어 낸 호미 날을 망치로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경상북도가 선정한 ‘최고장인’인 그는 52년째 호미를 만들고 있다. 김윤호 기자

‘한류 호미'를 만드는 영주대장간 석노기 대표가 가마 불에서 끄집어 낸 호미 날을 망치로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경상북도가 선정한 ‘최고장인’인 그는 52년째 호미를 만들고 있다. 김윤호 기자

최근 석씨에게 40대 수제자가 생겼답니다. 세계에 더 많이 알려지길 기대합니다.

영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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