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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뭔지도 몰랐죠” 미국서 대박 난 ‘한류 호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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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류 호미’를 만드는 영주대장간 석노기 대표가 가마 불에서 끄집어 낸 호미 날을 망치로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경상북도가 선정한 ‘최고장인’인 그는 52년째 호미를 만들고 있다. [김윤호 기자]

‘한류 호미’를 만드는 영주대장간 석노기 대표가 가마 불에서 끄집어 낸 호미 날을 망치로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경상북도가 선정한 ‘최고장인’인 그는 52년째 호미를 만들고 있다. [김윤호 기자]

경북 영주엔 ‘영주대장간’이 있다. 농기구 ‘호미’의 명가다. 견고하고 단단한 호미를 만든다. 일본 장인들이 만든 명검처럼 호미 손잡이엔 자랑스럽게 각인이 박혀 있다. ‘최고장인 석노기’.

52년 담금질, 영주대장간 석노기씨 #유튜브에 정원관리용품 소개되며 #해외서 인기 “3달 새 1000개 수출” #“후계 걱정했는데 청년들 온다네요”

영주 대장간 호미

영주 대장간 호미

영주대장간 호미는 한류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적 온라인 쇼핑몰인 미국 아마존에서 ‘대박’을 치면서다. 아마존 원예용품 ‘톱10’에 ‘영주대장간 호미(Youngju Daejanggan ho-mi·사진)’라고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베이 등 다른 해외 쇼핑몰에서도 잘 팔린다. 정원 가꾸는 방법을 소개하는 유튜브에 등장하면서 ‘뜨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서 4000원~5000원인 호미 한 자루는 해외에선 14~20달러(2만2600원)에 팔린다. 미국에선 "삽만 봤지 ‘ㄱ’자로 꺾인 원예 기구는 처음” "손목에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칭찬이 나왔다.

호미를 만든 이는 60대 대장장이다. 19일 오후 찾은 경북 영주시 영주역 인근 골목. ‘영주대장간’이 있는 곳이다. ‘땅·땅·땅’. 석노기(65)씨가 검은색 그을림이 묻은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불에 달궈진 쇠를 두드리고 있었다. ‘ㄱ’자로 구부러진 쇠를 보니, 호미 날이었다. 바로 아마존 호미다.

그는 “올해로 대장간을 창업한 지 43년, 호미를 만든 지 52년째인데 미국에서 호미가 인기라는 게 실감 나지 않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난해 중순쯤 아마존에서 호미 주문이 갑자기 많이 들어왔어요. 아마존이라고 해서 어떤 숲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체로 호미질하려나 했어요.” 아마존이 쇼핑몰인지 몰랐던 것이다.

“원래 10여 년 전부터 유통업체를 통해 호주 등 해외에 한 달에 서너 자루 호미를 보내긴 했는데, 지난해 갑자기 주문이 늘어난 거예요. 지난해 6개월간 1000개 넘게 수출했고, 올해 들어 3개월간 1000개 정도를 보낸 것 같아요. 최근엔 네팔 등 다른 나라에서도 구매 문의가 있어요.”

영주대장간 호미의 주재료는 차량용 스프링이다. 화물차에 들어가는 ‘판 스프링’으로 불리는 쇳덩어리다. 석씨는 이를 스프링 공장이나 재활용 업체에서 가져다 쓴다. 차량용 스프링은 재질 자체가 견고해 호미 재료로 제격이다.

그는 판스프링을 받아오면 호미 크기에 맞춰 사각형으로 자른다. 그러고 이 사각형 쇳덩어리를 가마 불에 넣었다가 빼내 두드리고, 다시 불에 넣었다가 빼내 두드린다. 불에는 7번 정도, 두드린다는 의미인 메질은 수천번 넘게 한다. 호미 형태가 잡히면 겉면을 가공해 매끈하게 만든 뒤 나무 손잡이를 끼운다. 한 자루의 영주대장간 호미의 탄생 과정이다.

손바닥만 한 쇳덩어리가 중자(230g) 호미 한 자루로 바뀌는 시간은 30분 정도다. 그의 호미는 100% 수작업. 그래서 70대 어르신 한두명이 도와주는 날엔 하루 120여 자루, 석씨 혼자선 하루 60자루 정도 만들 수 있다. 석씨는 “영주대장간 호미의 인기비결은 손으로 다 만들기 때문에 중국산 등 다른 호미보다 날이 정교하고, 튼튼하다는 점이다”고 했다.

그의 오른손 손가락은 호미 날처럼 마디가 구부러져 있다. 오랫동안 망치 같은 도구를 잡고 메질을 하다보니 손가락이 이에 맞춰 구부러져 버린 것이다.

초교 졸업 후 14살 때부터 대장장이 생활을 시작한 석씨는 후계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그간 시골 대장간에서 ‘수련’하겠다는 젊은 일꾼이 없어 포기하다시피 했었다. 그런데 아마존 대박 후 호미 제작 기술을 배우겠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최근 해외교포라는 한 청년이 5월 중 찾겠다고 했고, 다음 달에도 경기도에서 한 청년이 대장간에 오기로 했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12월 그를 ‘최고장인’으로 선정했다.

영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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