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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피하라고? 야외서 일하는 농업인은 어쩌란 말인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43)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39;나쁨&#39; 수준을 보인 27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하늘이 온통 희뿌옇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39;나쁨&#39; 수준을 보인 27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하늘이 온통 희뿌옇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요즘 경제 문제보다 미세먼지가 더 큰 이슈라고 한다. 종일 앞이 잘 안 보이는 사태가 벌어지니 그렇다. 미세먼지. 이게 중국발이냐 한국에서 자체 생산된거냐 하는 논란이 뜨겁다. 농촌에선 농사를 지으면서 미세먼지를 직접 만나니 문제가 되고 있고, 농업이라는 것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또 다른 이슈를 낳고 있다.

농업은 화학비료를 많이 쓴다. 축산을 하면 소나 돼지에서 분뇨가 나온다. 거기서 암모니아가 발생한다. 암모니아는 대기 중에서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황산염과 결합해 미세먼지가 된다. 그러다 보니 농업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란 소리를 듣는다. 아무튼 심각하다.

미세먼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농업

얼마 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미세먼지와 관련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업무보고를 받았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법 제정문제는 미세먼지 영향을 받는 농어민들에게 대한 대책과 농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 2가지가 논의됐다.

농사를 짓는 농민의 입장에서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직접 받지만 농작물을 키워야 하니까 대비책이 필요하다. 농민들은 대부분 야외활동을 한다. 한 국회의원은 농업인의 야외근로시간이 5년간 월평균 190.94시간으로 타 업종에 비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저감 대책만 있고 농업인 피해에 대한 구제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대부분 야외활동을 한다. 농업인의 야외근로시간이 5년간 월평균 190.94시간으로 타 업종에 비해 많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에 대한 구제책이 없다. 사진은 강원의 한 감자밭에서 농민들이 씨감자를 심기 위해 밭고랑에 비닐을 씌우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농민들은 대부분 야외활동을 한다. 농업인의 야외근로시간이 5년간 월평균 190.94시간으로 타 업종에 비해 많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에 대한 구제책이 없다. 사진은 강원의 한 감자밭에서 농민들이 씨감자를 심기 위해 밭고랑에 비닐을 씌우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금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이고 한 달을 4주로 치면 160시간인데,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업인은 미세먼지 관련 취약계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은 기온이 아주 높거나 아주 낮은 날이다. 조금 농사짓기 좋다 싶으면 미세먼지 경보가 날리니까 힘들다. 그런데 정작 정부에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마스크를 알아서 쓰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자가 많은 농업인이 마스크를 끼고 호흡을 하다 보면 오히려 호흡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자영업자로 근로자가 아니므로 산업재해 대상이 아니다. 산업보건 분야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농민에 대한  미세먼지 대책이 수립되고 제도화돼야 하는 이유다.

농업 부문에서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중 미세먼지 직접배출은 28.5%, 2차 생성 미세먼지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은 63.8%, 암모니아는 7.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중 암모니아 배출과 관련해 축산분야가 5.5%, 생산공정·도로이동 오염원 등이 1.6%, 비료사용이 0.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 방귀 등 암모니아도 미세먼지 원인

원래 암모니아는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논에서도 많이 생기는데 논 속의 미생물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메탄가스 배출량의 23%가 논에서 나온다. 사진은 경기도 안성시의 한 논에서 농민이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원래 암모니아는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논에서도 많이 생기는데 논 속의 미생물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메탄가스 배출량의 23%가 논에서 나온다. 사진은 경기도 안성시의 한 논에서 농민이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부문에서는 2차 오염 먼지라고 할 수 있는 암모니아 가스가 전체 농업부문 미세먼지 발생의 99%를 차지한다”며 “이를 줄이려면 가축 사료 급여체계를 바꾸고 분뇨악취 저감시설 설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유기농과 농약 사용 억제, 동물복지 실현이 미세먼지 저감 대책과 맞물린다. 원래 암모니아는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논에서도 많이 생긴다. 논 속의 미생물에서 메탄가스가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 메탄가스 배출량의 23%가 논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대량 생산을 위해 화학비료를 쓰니까 모든 논과 밭에서 암모니아와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공장들이 도시에서 외곽으로 이전하니까 공장의 연기와 결합해 미세먼지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축산도 마찬가지이다. 소들이 방귀를 뀌어 온난화가 된다고 하는 것이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더니 방귀 속에 있는 메탄가스가 오염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너무 많은 소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땅이 좁아 방목을 못 하니 축사에서 공장식 사육을 하고 있어 자연정화가 안 된다. 이 메탄가스가 자동차 배기가스랑 결합하면 어마어마한 미세먼지가 된다.

농민들 사이에서 야외에서 있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어, 구체적인 지원 제도와 보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딱히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가 좋다고 홍보를 하는 것은 국민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니 무책임하다.

축산 동물이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동물도 피해자다. 환기가 안 되는 곳에서 미세먼지를 먹으며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책이라고는 축사 천장에 대형 팬을 설치하는 것 외에는 없단다. [뉴스1]

축산 동물이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동물도 피해자다. 환기가 안 되는 곳에서 미세먼지를 먹으며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책이라고는 축사 천장에 대형 팬을 설치하는 것 외에는 없단다. [뉴스1]

사람도 그렇지만 가축도 문제다. 축산 동물이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동물도 피해자다.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에서 미세먼지를 먹으며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호흡기 질환에 걸린 가축이 많다. 그러나 판매에 영향을 줄까 봐 쉬쉬하고 있으니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대책이라고는 축사 천장에 대형 팬을 설치하는 것 외에는 없단다.

원래 농촌은 도시와 비교하면 공기가 좋아 건강해지고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의 피해는 농촌이라고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는 귀농·귀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좋은 공기 마시러 시골로 이사를 왔는데 오히려 도시보다 공기가 안 좋아 귀농한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만났다.

일하느라 도시와 농촌을 계속 오가는 나도 요즈음 같으면 서울이 나은 것 같다. 서울에 있으면 차라리 빌딩 안에 있으니 그나마 나은 것이다. 그래도 도시보다는 농촌이 공기가 좋다. 연중으로 따지면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은 도시가 아닌 농촌이다. 농촌에는 나무와 숲이 있지만 도시에는 공기청정기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환기를 하지 않는 공간의 공기청정기는 극약이라고 한다.

공장·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대책이 먼저

서두에 농촌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메탄가스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화학물질과 결합할  때 미세먼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공장이나 자동차를 줄일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화력발전소를 더 짓자는 사람도 있어 민망하다.

그리고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보기에는 농업이 우리나라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너무 낮다. 괜히 화살을 만만한 농촌으로 돌리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들게 한다. 예전에 미세먼지는 고등어를 구울 때 나오는 연기도 원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해프닝이 생각난다. 제대로 분석하고 제대로 대책을 찾아보자.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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