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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 지원받아 약초 재배하는 ‘귀산’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40)

이번 명절은 짧은 것 같아도 길었다. 덕분에 푹 쉬었다. 설날이야말로 귀농·귀촌을 가족과 상의할 좋은 기회이다. 세배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을 것이다.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면 귀농·귀촌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 또한 귀농·귀촌을 포기하는 사람도 나온다. 농촌의 현실을 알면 알수록 가기가 힘들더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귀농·귀촌은 삶의 한 방식이지 꼭 가야 되는 건 아니니 많이 알아보고결심하는 게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 적성이 중요하다.

청소년 10명 중 3명 귀산에 관심

도시에서 산촌으로 이주하는 '귀산'인구가 늘고있다. 산에 산다고 해서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산에서도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도시에서 산촌으로 이주하는 '귀산'인구가 늘고있다. 산에 산다고 해서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산에서도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요즈음은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면서 귀농뿐만 아니라 ‘귀산’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귀산은 산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보통 농촌이라 부르는 우리 지역은 더 구분하자면 농촌, 어촌, 산촌이다. 여기서 산촌은 임야가 전체 면적의 70% 이상에 이르는 지역을 말한다. 도시에서 산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귀산이라고 한다.

최근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낸 발표에서는 청년 10명 중 3명은 주택이나 사업지원이 이루어지면 귀산하겠다는 응답이 나왔다고 합니다. 물론 대상자가 임업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다수라 30%의 응답률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귀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고 정부도 산림청을 중심으로 지원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다.

귀농과 귀산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차이라면 평지에서 일하느냐 산지에서 일하느냐일 것이다. 귀산이라고 꼭 산골짜기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읍내에 살면서 산을 가지고 사업을 해도 해당한다. 여기서 보통 산에 산다고 하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된다. 산속에 홀로 도사처럼 숙식을 해결하며 도를 닦는 사람을 자연인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일반적인 모습은 절대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사는 방법이야 개인의 자유이지만 홀로 사는 것보다는 가족과 이웃과 함께 사는 방식이 더 좋다고 추천할 뿐이다. 실제 귀산·귀촌한 사람들은 대개 농촌보다는 규모가 적은 산촌 부락에 살고 있다. 외딴 산속에 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아주 자연인처럼 ‘캠핑 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전기·수도·도로 같은 인프라를 건설해 잘 꾸며 놓고 산다.

귀농과 귀산은 일단 짓는 작물부터 다르다. 농촌이 쌀이나 밭작물 중심이라면 산촌은 밤이나 감·잣·호두·도토리 같은 수실류나 버섯류·산나물류·약초·수엽류·약용류·수목 부산물 등의 관상 산림 식물류를 재배한다. 임업인이 이런 작물을 임업인이 재배할 때 재배용지 매입이나 주택 신축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엽류인 은행나무잎은 혈관에 좋은 징코민 성분이 많아 약용으로 쓰여 전략적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많고, 솔잎은 떡 재료와 음료 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지금 한창 나고 있다.

은퇴 후 귀산촌을 하기 전, 미리 산촌에서 묵으며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다. 김성태 기자.

은퇴 후 귀산촌을 하기 전, 미리 산촌에서 묵으며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다. 김성태 기자.

요즘에는 은퇴 후 새로운 삶을 귀산·귀촌으로 찾는 이도 많아지면서 1주일부터 수개월까지 산촌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주관부서는 한국임업진흥원(https://www.kofpi.or.kr)이다. 이곳은 귀산촌 아카데미와 귀산촌 체험 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귀산 귀촌과 관련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며칠간 산촌에 가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농업이나 어업과는 다른 임업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임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것이다.

산촌 체험 프로그램이 재미있다. 하루짜리부터 1주일, 3개월, 6개월, 8개월까지 기간이 다양하다. 초등학생, 대학생, 조기 퇴직 예정자 등이 대상이다. 아직 올해 일정은 공고가 나지 않았다. 공고가 나오는 대로 임업진흥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청하면 된다.

귀산촌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우선 주관부서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라는 것을 알아두자. 농림부는 귀농을 담당하고 해양수산부는 귀어를 담당하고 산림청이 귀산을 담당한다. 정책의 기본 방향을 같지만, 시행 방법이 조금씩 다르므로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귀농과 귀산 지원자금을 중복으로 신청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출금 연 2%,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산림청은 임산업 작물을 대상으로 정착을 위한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앙포토]

산림청은 임산업 작물을 대상으로 정착을 위한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앙포토]

산림청은 귀산 조기 정착을 위해 창업자금(1인당 3억원)과 주택자금(1인당 5000만원) 저리 융자 등 지원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산림 분야 교육을 40시간 이상을 이수하고 2년 이내 귀산하는 조건으로 가구당 3억 원까지 창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금은 연이율 2%로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해야 한다. 창업 대상 작물은 밤, 표고, 더덕, 산양삼, 오미자, 수액, 야생화 등 90여 종이다. 산에서 작물을 재배한다고 모두 임산업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귀산·귀촌에 뜻이 있다면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역시 생태계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산은 생태계가 살아 있는 곳이다. 농촌은 논과 밭, 과수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일 작물 재배 중심이라 다양한 식물군이 공생하지 못한다. 산에는 식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도 산다. 벌레가 있고 새가 있고 산짐승도 산다. 계곡에는 물고기가 있다. 그래서 산촌마을은 산촌생태 마을이라고 특별하게 부른다. 생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산이 망가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도시에서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 고양이 때문에 도시의 사는 새의 70%가 사라졌다고 한다. 고양이는 천적이 없다. 강원도 삼척에 있는 괭이갈매기 산란처는 고양이 폐해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고양이 주인은 잘 모른다. 생태계는 가까운 곳부터 지켜야 한다. 그래서 생태와 환경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귀산촌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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