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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잠복감염 조기 진단·치료해야 결핵 예방, 추가전파 차단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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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주상 교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전 세계에서 매년 160만여 명이 사망하고 있고, 1000만여 명이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소리 없이 공기로 퍼뜨리며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 감염병, 바로 결핵이다.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OECD 1위로 결핵 후진국이다. 국내 신환자는 2011년 이후 7년 연속 줄어 2018년 2만6433명으로 전년 대비 6% 넘게 줄고 있지만 65세 이상이 신환자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면역력이 떨어지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증가로 어르신 결핵 발생이 늘기 때문이다. 결핵은 공기 매개로 사람 간 연쇄적으로 전파돼 신체 내 잠복감염 됐다가 면역이 떨어질 때 발병하는 특징이 있어, 잠복 감염률이 높은 우리나라는 ‘결핵왕국’ 불명예를 당분간 벗기 어려울 것이다.

결핵은 잠복감염 치료를 통해 사전예방이 가능하다. 잠복결핵감염이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하지 않는 결핵균이 잠복된 상태다.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균이 활성화돼 발병한다. 전염성 결핵환자와 가까이 지낸 주변 사람의 30%는 잠복감염에 걸리고, 이 중 10%가 결핵환자가 돼 추가로 전파시킬 수 있다. 거꾸로 결핵 발병을 예방하고 추가적인 전파를 차단하려면 잠복결핵감염을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결핵 퇴치를 위해 발병 위험이 높은 잠복결핵감염 양성자의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를 권고하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사전예방 대상은 결핵환자와 가까이 지내 발생 위험이 높은 잠복결핵 양성자다. 특히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 내 접촉자와 근로사업장, 초중고등학교 등의 집단시설 내 접촉자다. 이 대상자의 잠복결핵감염 검사와 양성자 치료는 사전예방에 필수다. 실제 연간 4000건이 넘는 집단시설 내 역학조사를 통해 찾아낸 접촉자를 대상으로 1년 365일, 16만 명 정도가 전국 각지에서 잠복결핵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학교·의료기관·산후조리원·어린이집·교정시설 등 유행 파급력이 큰 집단시설 종사자 등 168만 명을 대상으로 사전예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잠복결핵 검진정책이 시행됐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잠복결핵 미치료 시 결핵 발병이 7배 높아지는 위험에도 양성자 치료는 10명 중 3명만 받아 8~9명이 넘게 치료받는 일본·네덜란드와 비교해 그 격차가 컸다.

이에 잠복결핵 감염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치료 실천이 시급하다. “결핵이 발생하면 그때 치료하면 되겠지. 왜 아무렇지도 않은 내가 독한 약을 먹으면서 치료를 해야 되는데?”라는 스스로의 안이한 생각은 화목한 가족생활과 공동체의 튼튼한 울타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봐야 소용없다.

잠복결핵의 확실한 치료로 결핵 발병에 따른 고통과 추가 전파로 가족·동네·사업장에서 보이지 않게 반복되는 발병-전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나와 소중한 가족, 이웃, 동료 그리고 내 후손이 더 이상 결핵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말이다.

“나는 잠복결핵감염 검사,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지금이 바로 결핵을 퇴치할 때다(It is time to end TB)’는 세계 결핵의 날(3월24일) 올해 표어다.

지금이 바로 국민, 의료계가 범부처 정부와 함께 결핵 후진국 오명을 떨쳐 내기 위해 행동해야 할 그때다.

김주상 교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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