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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위반해 취소”VS“외국 투자자 신뢰 상실” 주장 팽팽

중앙일보

입력

26일 오전 10시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 취소 청문 절차가 진행됐다. 최충일 기자

26일 오전 10시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 취소 청문 절차가 진행됐다. 최충일 기자

국내 첫 투자개방형(영리) 병원인 녹지 국제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병원개설 허가 취소 청문이 26일 시작됐다. 이날 취소처분자인 제주도와 영리병원 사업자인 녹지 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팽팽하게 맞섰다. 제주도는 녹지 측이 제때 업무개시를 하지 않아 의료법 위반을 위반했다며 허가취소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병원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가 위법하게 15개월이나 지연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며 반박했다.

제주도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취소 청문 돌입 #녹지측 “사정 있었던 만큼 시간 주면 개원하겠다” #취소 주장하는 반대측, 비공개 허가·청문에 반발

청문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시작돼 오후 3시쯤까지 이어졌다. 제주지방변호사회 소속 오재영 변호사가 청문 주재자로 나섰다. 청문이 시작되자 제주도는 사업자인 녹지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현행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을 지키지 않아 허가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로부터 조건부 개설허가를 받은 녹지 국제병원은 개원 기한인 지난 3월 4일까지 병원문을 열지 않았다.

26일 오전 10시 제주에서 열린 녹지국제병원 취소 청문 절차 진행 직전의 모습. 최충일 기자

26일 오전 10시 제주에서 열린 녹지국제병원 취소 청문 절차 진행 직전의 모습. 최충일 기자

현행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에서 병원 개설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개원하고 진료를 개시하도록 규정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의료법에는 기간 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는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허가 취소처분을 위해서는 당사자 등의 의견을 듣고 증거를 조사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밟게 돼 있다.

반면 녹지 측은 지난달 26일 공문에서 허가취소 연기를 요청한 데 이어 ‘내국인 진료금지’라는 허가 조건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점 등을 들어 허가 취소는 부당하다고 맞섰다. 녹지 측 법률대리인은 “녹지그룹은 약 778억원을 들여 병원을 준공하고 2017년 8월 28일 개설허가를 신청했고, 신청 당시에는 진료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인력을 갖췄지만 제주도가 15개월간 허가절차를 지연했고, 공론조사에 들어가면서 70여 명의 직원이 사직했다”고 개원지연 사유를 설명했다.

또 “허가하면서 투자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내국인 진료제한이 붙였고, 이로 인해 의료진 및 의료인력, 관련 전문업체와의 업무협약 이뤄지지 않아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개원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졌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대외 신뢰도 문제도 거론했다. 이들은 “녹지그룹은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강제적인 투자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투자계약을 체결한 외국 투자자라 허가취소 처분은 외국 투자자의 적법한 투자기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개원을 위한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 준다면 인력을 확보해 차분히 개원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문이 시작됨에 따라 허가 취소 여부는 4월 중 결정될 전망이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이번 청문은 제주도와 녹지 측의 모두 발언을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제주도는 “국민의 알 권리와 투명한 행정절차를 보장하기 위해 공개가 필요하지만 현행 행정절차법과 행정안전부의 행정절차제도 실무 지침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제주도가 마음대로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녹지 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 청문을 앞두고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각계 인사들은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퇴진을 위한 제주 도민운동본부는 “영리병원은 사업계획 승인과 개설허가 절차는 물론 취소 청문회까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국내의료기관 우회 진출, 사업계획 미충족 등의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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