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하게 미국과 공조, 판단 내려라” 북한 매체, 한국 때리며 미국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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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던 북한이 24일 대북제재 등에서 미국과 공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며 대남 공세 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온라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역대로 남조선(한국)이 미국과의 공조와 협조를 우선시해 왔지만 과연 차려진(돌아온) 것이 무엇인가”라며 “외세는 한 핏줄을 이은 동족보다 나을 수 없으며, 저들의 잇속만을 챙기려 할 뿐이다. (남측은)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한·미 공조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제목의 개인 필명의 글에서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 경제협력에 장애와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며 “더욱이 한심한 것은 이런 미국과 ‘공조’해 ‘평화체제 구축’과 ‘북남협력’을 꿈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달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했던 남북경협이 차질을 빚자 중재자 역할을 시도한 한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김창선 곧 러시아에서 귀국 #김정은 방러 등 다음 카드 주목

북한의 이 같은 선전전은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를 취소하는 명령을 내린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제재 취소 조치’에 대한 북한의 우회적인 입장 표명으로도 풀이된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민간 언론이 없는 북한은 필요에 따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내놓곤 한다”며 “외무성 등 정부의 성명이나 관영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힐 정도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선전매체를 활용해 온 만큼 우리민족끼리의 글은 사실상 미국까지 포함한 반응”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을 향해선 대북제재 취소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알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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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 미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진전에 한계를 느끼고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19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을 마치고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김 위원장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금명간 평양으로 귀국할 예정이어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나 인공위성 발사 등 북한이 다음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급거 귀국했던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도 평양 ‘회의’를 마치고 각각 베이징과 뉴욕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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