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직할 ‘국가연구소대학’ 총장이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의 허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길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겸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 민간위원장은 2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미세먼지 특별세미나’에 참석해 “정부가 지엽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길주 UST 총장, 21일 KAIST 강연 #"미세먼지 25% 車에 예산 75%사용" #초기 대책마련부터 전문가 참여해야 #'동북아 호흡공동체' 등 공동관리도
문길주 위원장은 “국내 미세먼지(PM10) 배출원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미만이다”며 “그 외 사업장과 석탄발전소가 약 30%, 생활주변·생물성 연소시설이 4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가 미세먼지 예산의 약 75%를 자동차 배출원 저감 대책에만 사용하고 있다"는 게 문 위원장의 설명이다.
2016년 6월 미세먼지 관계 당국이 합동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특별대책’ 등에 따르면 자동차 배출원 저감 대책에는 ▶친환경 자동차 보급확대 ▶제작차 배출허용기준 및 사후관리 강화 ▶교통 수요 관리강화 등이 포함된다. 반면 배출원 중 가장 비중이 큰 생활주변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원 등 관리에는 관련 예산의 약 15%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문 위원장은 그 원인에 대해 “현재 정부가 가장 편하고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 배출원이 자동차뿐이기 때문”이라며 “미세먼지 문제가 처음 제기된 시기부터 정부·전문가·이해당사자가 함께 대책 마련에 참여했다면 이 같은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 배경엔 정부의 행정·규제 편의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세먼지 원인 물질과 형성 과정도 다양해진 만큼, 향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종합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주문이다.
미세먼지의 구체적 원인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배출된 이산화황(SO2) 등 원인물질이 대기 중에서 암모니아 등과 반응해 초미세먼지로 변하는 ‘2차 오염’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2차 오염을 거치며 NOx는 질산염으로, 암모니아는 암모늄으로 재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장기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 상부의 제트기류의 영향이 약해지는 등 풍속이 약화한 원인도 있다”며 “이처럼 미세먼지가 개별 국가를 초월한 문제인 만큼, ‘동북아 호흡공동체’를 꾸리고 공동위기 대응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국·몽골 등 개발도상국에 미세먼지 배출원 저감기술을 이전·수출하고,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