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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영계 "ILO 협약 비준 협상 의미없다"…공익위원 전횡 문제삼아 협상 보이콧

중앙일보

입력

경영계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협상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경총 "정부에 협상 불참 통보, 경사노위 전달" #경영계 비판에 "공익위원 편향, 협상 의미 없다" #경영계 추천 공익위원 "실제 6 대 1 협상 구도" #노동계 요구 다룬 1차 논의는 공익위원안 내고, #경영계 요구 다룰 2차 논의는 사실상 빈손 종료 #정부와 노동계에 필요한 것만 챙기고 협상 파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1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향후 협상의 방향을 정해놓고 데드라인까지 제시한 마당에 협상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보이콧 선언이다. 이와 관련 경총 고위 관계자는 "18일 경사노위 공익위원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에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경사노위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18일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의 박수근 위원장(한양대 교수)과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 등 공익위원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계에 불만이 있다. 협상 의지가 아예 없다"며 비판했다. "3월 말까지 노사합의가 안 되면 국회로 (논의 결과를) 넘길 것"이라면서다. 박 위원장은 이어 "대체근로 등을 주장하는 데 수용하기 어렵다"며 경영계가 낸 의제를 공익위원 선에서 선제 정리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관계제도 및 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박수근 위원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뉴스1]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관계제도 및 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박수근 위원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뉴스1]

김 부회장은 "박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의 기자간담회 내용은 '이것만 하라'며 경영계 요구안을 아예 접으라는 뜻"이라며 "그래 놓고 협상 시한(3월 말)까지 정했다. 경영계 입장에선 협상의 명분도 실리도 모두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총 고위 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영계의 보이콧을 유도한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익위원이 협상 당사자를 비판하고, 논의 의제까지 비토한 것을 두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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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은 당초 '공익위원 제언'이란 노사관계제도개선위의 유인물이 나오자 입장문을 통해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패키지로 (의제를) 다뤄야 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위원장 등이 한 발언이 전해지자 협상 보이콧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영계 추천 공익위원인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협상장의 공익위원이 6 대 1"이라며 편중성을 비판했다. 공익위원은 경사노위가 정부와 협의해 4명을, 노사가 각 2명씩 추천해 8명으로 꾸려져 있다. 정부는 ILO 핵심 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고, 노동계는 무조건적인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계 추천 공익위원 2명은 1월 말 사퇴하기도 했다. 김 교수만 2월 말 "경영계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경총의 설득을 받아들여 복귀했다.

김 교수는 전날 박 위원장 등의 기자간담회 내용에 대해 "공익위원이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건 판을 (공익위원이) 깬 것"이라고도 했다.

노사관계제도개선위는 당초 1차 논의에서 노동계 요구안인 단결권 강화, 노조전임자 확대 등을 다루고, 2차 논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대체근로제 허용, 직장점거 폐지 등을 협상하기로 했다. 1·2차 논의가 끝나면 두 차례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포괄 타결을 꾀하기로 했다. 1차 논의 뒤 공익위원들은 권고안을 냈다. 김 교수는 "2차 논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1차 권고안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차 논의는 공익위원의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마무리 선언이 나온 셈이 됐다. 포괄 타결은 없던 일이 됐다. 결국 노동계 요구안과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용한 1차 논의 결과만 내고 협상은 파장된 모양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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