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카톡방 총경 "조직에 누끼쳐···정준영은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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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빅뱅 전 멤버 승리(왼쪽)와 가수 정준영. [연합뉴스, 뉴스1]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30)씨 등 유명 연예인의 유착 의혹을 받는 총경급 인사가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9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날 오후 11시30분 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빠져 나온 A총경은 취재진 앞에서 "조직에 누를 끼쳤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발언이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준영은 모른다. 나중에 밝혀질 거다"라고 말한 뒤 '수사를 무마해준 적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흰색 마스크를 쓰고 나온 A총경은 서둘러 택시를 타고 떠났다. 이후 A총경은 귀가 길에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어떤 기자분이 상부에서 내 선에서 끝내라는 지시를 받고 왔느냐는 아주 듣기 거북하고 반박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을 했다"며 "결코 그런 일이 없다는 점만은 밝혀 드리겠다"고 밝혔다.

A총경은 승리와 정씨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경찰 총장'으로 불렸다. 경찰에는 '경찰총장'이라는 직위가 없다. 이 때문에 경찰 총수의 공식 명칭인 '경찰청장'을 잘못 표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고, 경찰 고위직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들의 단톡방 대화에서 전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는 자신들의 클럽에 대한 단속이 두려되자 '경찰총장'에게 부탁해 해결됐다는 식의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클럽 버닝썬 직원 김모씨는 이 대화방에 '유씨가 경찰 총장과 문자를 남기는 것을 봤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14일 승리와 정씨, 유씨, 김씨 등을 불러 이들의 단톡방 내용을 토대로 경찰 유착의혹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유씨 등으로부터 대화방에서 언급된 '경찰 총장'이 A총경이라는 진술을 확보했고, 이날 A총경을 유명 연예인들을 비호했다는 의혹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 경찰은 A총경을 상대로 승리, 정씨 등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이들이 연루된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 총경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총경은 일선 경찰서 서장급으로 흔히 '경찰의 꽃'으로 여겨진다. 2015년 강남경찰서에서 클럽·주점·음식점 유관부서에서 일했던 A총경은 2016년 총경으로 승진했다. 그 이듬 해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현재는 경찰청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톡방에서 A총경이 '경찰 총장'으로 불린 이유에 대해 "사업가인 유씨 입장에선 경찰 직급 체계를 잘 몰랐기 때문에 승리 등에게 그렇게 얘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