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 '칼바람'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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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머니마켓펀드(MMF)의 환매 사태와 자본시장통합법의 입법 예고를 계기로 자산운용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입법 예고된 자본시장통합법은 1인 사모펀드를 인정하지 않기로 해 자산운용사의 수탁액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미 법인용 MMF에서 19조원 넘게 빠져나간 가운데 70조~80조원으로 추정되는 1인 사모펀드 자금마저 이탈하면 문을 닫는 운용사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펀드시장 전체 규모는 222조원이며 투자자 1인(법인 포함)이 하나의 펀드를 구성하는 1인 사모펀드 비중은 30~40%에 달한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이 입법 예고안 대로 시행되면 2인 이상의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운용하는 것만 가능하다.

삼성투신 관계자는 "연기금 등 대형 기관 투자가들은 회계처리가 편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1인 사모펀드를 선호한다"며 "통합법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기관자금이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경부 최상목 증권제도과장은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한다는 펀드 본연의 목적에 비춰볼 때 1인 펀드는 편법"이라며 "급격한 자금 이탈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MF는 6월 29일자 기준으로 1조2540억원이 추가로 빠져나갔다. 나흘 동안 13조원이 급감했던 데 비해선 유출액이 다소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환매 사태가 진정됐다기보다는 빠질 돈이 이미 다 빠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29일 기준 MMF 수탁액은 58조9940억원으로 6월의 최고치(78조원)에 비해 25%나 줄었지만 익일입금제의 영향을 받는 법인형 펀드(38조원)만 보면 이미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수탁액이 40% 이상 급감한 운용사도 15곳이나 된다. 일부 운용사는 유동성 자금이 바닥 나 만기가 안된 단기 채권을 처분해 환매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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